「풍문」과「사실」안가린보고|배명복<경제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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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경련이 지난 5일상오 이례적으로 공개리에 긴급 소집된 임시국무회의에서 보고한 노사분규 과정에서 나타난「경영진에 대한 폭행사례」는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전경련의 보고내용이 지상을 통해 보도되자『정말 그렇게 심각하냐』는 놀라움이 많았다. 그러나『전혀 사실무근이다』라는 일부 해당업체들로부터의 항의전화도 적지 않았다.
재계의 본산인 전경련이 만든 자료고, 더구나 그것이 다른 곳도 아닌 국무회의에 공식보고된 내용인만큼 신문사 입장에서는 별도의 확인과정 없이 그대로 보도할수밖에없었다. 결과적으로 일부 무고한 기업과 그 기업 근로자들에게 본의 아닌 누를 끼친 셈이 돼 신문사로서도 면구스럽기 싹이 없다.
『사장이 근로자들에게 맞아 갈비뼈가 부러졌다』는 동원전자의 사례와『임원진에 토끼뜀을 시킨뒤 노래를 부르게 했다』는 기아산업의 케이스는 전혀 사실무근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간부들을 포클레인 삽에 싣고 올렸다 내렸다하며 위협했다』는 기아기공의 경우나『사장을 드럼통에 넣어 나무에 매달고 장작으로 구타했다』는 대성탄좌의 케이스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노사문제가 요즘처럼 예민한 때는 일찌기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충분히 확인도 안된 자료를 국무회의에 보고함으로써 특정기업의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힌 책임은 물론 전경련에 있다. 그러나 사실확인을 위한 충분한 여유도 주지않은채 일방적으로 국무회의 참석· 보고를 지시(?)한 정부측에도 잘못이 없다고 하기 어렵다.
국무회의가 열리기 바로 전날, 그것도 밤11시에야 알려준 것이나, 지금까지 한번도 공개로 열린 적이 없는 국무회의를 공개로 열면서 사전에 한마디 귀뜀도 없었다 한다. 공개로 열린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적어도 이같은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을거라는게 전경련의 하소연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확인도 거치지않은「풍문」을 모두 명기해 자료를 만든 전경련은 재계를 대변하는 입장에서 큰 실수가 아닐수 없다. 모든 사례를 충분히 확인할 시간이 없었다면 처음부터 회사이름은 밝히지 않는 신중성을 보였어야 한다.
이로인해 특정기업과 그 근로자들이 보게된 피해를 생각할때 어름어름 넘길 일이 아닌것 같다. 전경련은 스스로의 공신력 회복을 위해 확실한 경위 설명과 해명이 있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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