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힘입어 강경 급선회|울산·부평 노사분규현장 공권력개입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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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울산 현대중공업과 부평대우자동차의 노사분규에 공권력의 적극 개입방침은 3일하오 열린 안보장관회의에서 결정됐다.
정부는 그동안 노사분규에 정부가 적극 개입하거나 공권력을 발동할 경우 자칫 정부가 사용자측 편을 들어준다거나 근로자들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 「노사분규 해결은 사업장내에서 자율적으로 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으로 수수방관해 왔었다.
그러나 2일하오 울산시청이 근로자들에 점거돼 차고와 자동차가 불타는 등 현대중공업의 노사분규가 파국으로 치달은데다 부평대우자동차에서는 근로자들이 회사대표를 연금하는 극한상황에 이르자 「사회 안녕 질서가 위태롭다」고 판단, 강경 대처키로 급선회됐다는 것이다.
특히 안보장관 회의에 참석했던 일부 관계자들은 「국기 (국기) 보호차원」 이라며「정부는 무얼 하느냐」는 빗발치는 여론을 등에 업고 「절대 무리한 악수가 아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2일 울산 현대중공업의 노사분규가 악화되자 초도 순시차 2박3일 일정으로 광주에 가있던 정관용 내무부장관은 일정을 전면취소하고 2일 밤 급히 상경, 치안본부 청사에서 권복경 치안본부장과 함께 밤을 새우며 대책을 세우느라 부심 했다.
검찰도 이종남 총장이하 공안간부들이 비상대기하며 현지로부터 진행상황을 보고 받고 사태처리를 지휘하기에 바빴고 결국 검· 경찰간부들이 울산에 내려가 직접 합동수사본부를 지휘하는 적극성을 띠고있다.
대검찰청은 최연희 대검공안연구관(고등검찰관)과 검찰수사관 20명을 현지로 보내 정확한 사태파악과 초동수사를 지휘토록 했으며 치안본부도 2차장 이종국치안감 (경비담당)과 최남수 경무관을 비롯, 20여명의 정보·대공 수사팀을 울산으로 보강시켰다.
특히 경찰은 가두시위·폭력사태만 막는다는 방침이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 서울·부산등의 경찰병력을 포함, 34개중대 (5천여명)를 현지에 배치해 놓고 있었으나 대우조선 이석규씨 사건의 재판이 우려되는데다 술 취한 근로자가 상당수 섞여있어 최루탄 사용을 하지 않은채 기습적인 시청난입에 손을 쓰지 못하고 말았다.
특히 사업장내 노사 분규자도 파괴·폭행뿐만 아니라 일부회사에서 사용자들을 연금시키거나 폭행·희롱하는 일이 계속된 것도 강경 방침을 굳힌 계기가 됐다.
3일낮 대우자동차 근로자 3백여명이 사장등 임원l8명을 맨바닥에 앉힌 뒤『꿇어앉아 사과하라』며 폭언·야유를 퍼부은 것을 비롯, 한국중공업에서는 부사장 등을 24시간 감금하고 자술서를요구했으며,영창악기에서는사장을 드럼 속에 넣고 굴리는 등 감정과 악의에 찬 폭행이 잇따랐었다.
이 때문에 모델케이스로 가장 먼저 공권력이 동원된 현대중공업·대우자동차의 연행근로자들은 구속자가 예상보다 훨씬 많을 전망이다.
검찰은 철야수사를 끝내고 주동자와 과격행위자·방화자를 A급으로, 차량을 몰고 가두에 진출했거나 투석시위자 등 적극가담자를 B급으로, 단순가담자를 C급으로, 무혐의자를 D급으로 각각 분류, A·B급은 모두 구속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단순가담자라도 시위전력이 있는 사람들은 구속할 방침이어서 종전의학생사건처리에서 적용했던「A급 구속, B급 즉심, C급 선도위회부, D급 훈방」 이라는 신병처리 기준을 오히려 강화했다.
대검의 한 공안간부는 『그동안 시민들의 반응·여론으로 보아 이들에 대한 과감한 제재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학생시위나 다른 공안사건처리와는 달리 여론의 성원속에 일할 수 있어 훨씬 수월하다』고 말하고 있다.
경찰도 『일부 근로자들의 방화·기물파손 등에 대해 국민들이 큰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하고 있어 이번 노사분규의 방침선회에는 특별히 여론에 신경을 쓴 듯한 인상이다.
이 때문인지 4일 상오 현대중공업·대우자동차등 2곳의 농성현장에 경찰병력을 동원, 근로자를 연행한직후인 4일 상오 정관용 내무부장관은 『앞으로는 사업장내 농성이라도 과격·불법행위가 있으면 회사측의 요청이 없어도 경찰력을 투입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김일·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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