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으로 부상한 특검 수사 기간 연장
박 대통령 수사상황 알아내려는 듯 #특검, 대통령 출석 통지서 발송 검토 #수사 기간 연장 절실하지만 불투명 #“원칙상 소추하지 못하면 기소중지”
K스포츠재단을 장악하려 했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는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지인들의 대화 녹취록 등장도 특검엔 악재다. 박근혜 대통령 측과 새누리당은 고영태와 관련한 특검 수사의 공정성을 비판하고 있다. 새누리당 대선주자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11일 “고영태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또 다른 몸통”이라며 “고영태에 대한 특검팀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검찰이 녹음파일을 작년 11월쯤 입수하고도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은 것은 검찰 스스로 사건을 은폐하고 정치적 중립을 심각히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 전 이사는 참고인 자격으로 특검과 가끔 접촉하고 있다.
특검은 박 대통령 측과는 대면조사를 두고 대치하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지난 8일 조사 날짜 유출을 이유로 대면조사를 거부했다. 특검은 박 대통령 측에 출석통지서를 발송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출석통지서를 보내더라도 박 대통령 측이 불소추 특권을 주장하면서 거부하면 대응책이 마땅치 않다.
이규철 특검보는 10일 브리핑에서 “대통령뿐만 아니라 모든 수사 원칙상 수사가 마무리된 경우 어떤 사정에 의해서 소추하지 못하면 기소중지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일반론을 언급한 것이지만 기소중지 얘기를 꺼낸 것 자체가 특검팀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청와대 압수수색 문제도 풀기가 쉽지 않다. 청와대 압수수색 무산 후 특검팀은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대한 청와대의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10일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이 특검보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라는 이유 등으로 압수수색을 막는 게 적법한지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 보려는 것”이라며 “청와대의 불승인이 행정소송으로 취소가 가능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전에 없던 제3기관의 판단을 구하는 강수를 둔 것이다. 그러나 승소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이 특검보는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 또는 각하될 경우 영장을 집행할 다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핵심 인물인 최순실(61·구속기소)씨 조사도 난항이다. 최씨는 그동안 특검팀의 소환을 여섯 차례나 거부하다가 9일 소환 조사에 응했다. 그러나 조사 내내 진술거부권(묵비권)을 행사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을 통해 특검팀의 질의 내용을 꼼꼼히 적어갔다고 알려졌다. 최씨가 조사를 받기는커녕 반대로 박 대통령 관련 수사 상황을 알아내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이 특검보는 “우리 수사 상황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 수사 기간은 이달 28일까지다. 김기춘(78) 전 대통령비서실장 구속 등 성과를 냈지만 박 대통령 측의 시간 끌기에 말려 아직 박 대통령과 최씨에 대해 제대로 조사를 못한 상태다.
특검팀은 수사 기간 연장 필요성이 절실하지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10일 대정부 질문 답변 중 “지금 단계에서 특검 기간 연장을 검토할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황 대행은 이날 “특검 연장을 막겠다고 한 적 없고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열심히 한 뒤 결정할 일”이라고 했으나 수사 기간 연장에 동의할 의사는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에는 대통령 승인 없이도 특검 수사 기간을 총 120일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특검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특검은 황 대행의 승인 없이도 4월 중순까지 수사할 수 있다. 그러나 법리상 쟁점이 있어 통과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최악의 경우 특검팀은 박 대통령을 제대로 조사도 못하고 해체될 수 있다.
1월 1일과 설 연휴에도 쉬지 않고 달려온 특검팀의 체력도 문제다. 특검팀 관계자는 “국민 지지가 확고하다. 우병우 등의 수사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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