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르고 실업 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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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우리 경제는 하반기 들어서 수재와 노사분규 등 두가지 큰 복변을 만나 큰 시련을 겪고 있다.
수재는 엄청난 예산을 들여 뒷수습을 하며 상처를 어떻게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치유하느냐는 문제만 남겨 높고 있으나 노사분규는 아직도 그 끝이 안 보인다.
전산업과 전국에 걸쳐 확산되고 있는 노사분규 사태가 장기화될지, 아니면 곧 진정될지 확실한 전망은 안서지만 이미 노사분규의 파급은 국민경제의 구석구석에 부의 효과를 가져와 그 빈자리를 극소화하는 것이 당면 최대 과제가 아닐수 없다.
지난 상반기까지만 해도 물가, 국제수지, 성장 등 이모저모로 우리경제는 착실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하반기들어 수재, 노사분규로 상당히 급변하여 성장, 물가, 국제수지 등 모두를 마음놓올수 없게 되었다.
KDI (한국개발연구원) 가 분석한「노사분규가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대용방안」은 국민경제의 위기국면을 실감있게 전해주고 있다.KDI분석에 따르면 현 노사분규가 정상으로 수습된다해도 성장, 고용, 실업, 국제수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만일 장기화되면 한국경제는 그 축이 크게 흔들린다.
KDI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함으로써 현 노사분규의 심각한 국면을 실감있게 설명해 준다.
노사분규가 장기화되면 88년까지 그 후유증이 국민경제에 미치고 올하반기에는 성장률이 당초예상9.5%보다 3.7%포인트나 떨어진 5.8%에 머무르고 내년에는 성장률이 5%에 그친다.이런 상황에선 연간 37만명에 이르는 신규고용 인력을 흡수할만한 여력이 없어진다.
KDI예측이 아니더라도 경제부문마다 올해 경제가 당초 예상했던 상황을 이미 크게 이탈하고 있다.
벌써 수출증가율이 둔화되어 수출계획이 차질을 빚기 시작하고 이로 인해 국제수지 개선전망도 목표치를 달성할지 의문이다.
임금인상 러시로 물가불안이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되었고 대소기업을 안가리고 자금난에 직면하여 연쇄부도 사태가 일어날 직전이다.
KDI예측이나 지금 나타나고있는 경제현상에 비추어 정부에서 올해 경제운용 계획의 손질이 불가피할것 같다. 올해 경제운용계획을 세울 때는 수재나 노사분규같은 변수를 예상치 못했던 만큼 새로운 경제환경에 맞게 경제운용 계획을 수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당장 노사분규를 진정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탄력적으로 경제정책을 운용하여 경제난국을 돌파하는 것이 시급한 것이다.
가장 먼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중 통화, 물가, 금리 등 거시적 경제지표를 정부에서 당초 짜놓은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 융통성 있게 운용토록 해야한다. 실물경제의 흐름에 맞게 하고 경제파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다.
또한 성장세의 둔화가 불가피한 면을 염두에 두고 고용안정에 대한 특별대책이 필요할 것이며 노사분규의 심각성에서 소득재분배를 위한 조세정책의 방향도 적극 추진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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