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일 만에…손목 되찾은 양동근, 심장 되찾은 모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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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016~17시즌 프로농구 개막전이 열린 지난해 10월22일, 울산 모비스 가드 양동근(36·1m81㎝)은 착지 도중 바닥을 짚은 왼쪽 손목을 접질렸다. “악!” 하는 비명이 관중석에서 들릴 만큼 고통도, 부상도 컸다. 양동근은 곧장 병원으로 이송됐고 손목 뼈 두 곳 골절 진단을 받았다. 손목 뼈를 지지하기 위한 보조판과 철심 삽입수술을 받았다. 엑스레이 사진에선 손목에 작은 면도기 모양의 삽입물(사진)이 보인다.

양동근은 누구나 인정하는 국내 최고 포인트가드다. 프로농구 최고 연봉선수(7억5000만원)이자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 5회 우승의 주역이다. 코트 안팎에서 부르는 별명까지 ‘모비스의 심장’이다. 그런 그가 빠지자 동력을 잃은 모비스는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팀 리더 개막전 부상 뒤 성적 삐끗
양동근 “동료에 미안” 복귀 앞당겨
모비스‘양동근 효과’로 2연승
프로농구 판 바꿀 태풍의 눈으로

시즌 첫 경기에서 쓰러지고도 양동근은 팀 동료들을 떠나지 않았다. 재활기간에도 홈 경기는 물론, 원정경기까지 팀과 동행했다. 함께 뛰지는 못해도 벤치에서 목청 높여 동료들을 응원했다.

당초 의료진이 예상한 양동근의 예상 복귀 시점은 이달 말. 그런데 복귀 시점이 보름 정도 앞당겨졌다. 재활을 위한 그의 부단한 노력 덕분이다.

손목 부상을 딛고 77일 만에 복귀한 모비스의 양동근이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했다. 3연패에 빠져 있던 모비스는 양동근 복귀 후 2연승을 달렸다. [사진 KBL]

손목 부상을 딛고 77일 만에 복귀한 모비스의 양동근이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했다. 3연패에 빠져 있던 모비스는 양동근 복귀 후 2연승을 달렸다. [사진 KBL]

77일 만에 코트로 돌아온 양동근은 지난 7일 단독선두 삼성과의 홈 경기에서 13득점, 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78-71 승리를 이끌었다. 모비스는 8일 홈 경기에서도 원주 동부에 73-66으로 역전승했다. 10득점의 양동근은 승부의 분수령이던 4쿼터 막판 팀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3연패에 빠졌던 모비스는 양동근 복귀 후 2연승 하면서 14승14패로 5할 승률(공동 5위)을 기록했다.

삼성(20승7패)-안양 KGC인삼공사(19승8패)-고양 오리온(19승9패) 3강 체제도 ‘모비스 변수’의 영향을 받게 됐다. 유재학(54) 모비스 감독은 “양동근 같은 확실한 리더가 있으니 선수들이 위기에서도 당황하지 않는다”고 반가워했다. 양동근은 “하고 싶었던 농구를 하니까 정말 좋다. 두 번 다시는 다치고 싶지 않다.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동안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그 마음을 계속 가슴에 담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다쳤던 손목이 완벽하게 회복된 건 아니다. 손목을 위 아래로 꺾을 땐 여전히 불편하다.

양동근의 복귀로 팀의 중심을 잡은 모비스는 미뤄왔던 ‘신형 엔진’도 곧 장착할 계획이다. 발목 부상에서 회복 중인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이종현(23)이 이달 말 데뷔전을 치른다. 키 2m3c㎝에 몸무게 110㎏였던 이종현은 재활을 하면서 10㎏ 정도 감량해 훨씬 날렵해졌다. 또 슈터 김효범(34)이 트레이드를 통해 친정 모비스로 7년 만에 돌아왔다. 만 가지 수를 가졌다는 유재학 감독 용인술의 폭도 넓어지게 됐다.

한편 오리온은 홈에서 전주 KCC를 84-65로 꺾고 3위를 유지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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