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피고에 15년 선고|고문경관 3명엔 8∼5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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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의 고문경관 5명에게 징역15∼5년이 각각 선고됐다.
서울형사지법 합의10부(재판장 계진곤수석부장판사)는 4일 박군사건 고문경관 5명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조한경(41·경위)·강진규(29·경사) 피고인등 2명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고문치사)위반죄를 적용, 구형대로 징역15년을 선고하고 반금곤피고인(44·경장)에게 징역8년, 황정웅피고인(41·경위)에게 징역7년, 이정호피고인(29·경장)에게 징역5년을 선고했다.
재판장이 판결문을 읽기 시작하자 박군의 아버지 박정기씨(58)가 법정 앞으로 나가 마이크를 검찰쪽으로 집어던지는등 법정소란이 일어 4분간 휴정됐으며 속행한 뒤에도 법정의 소란이 계속되자 재판장은 주문만을 선고한뒤 판결이유는 서면으로 대체하겠다며 상오 10시15분 폐정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피고인들은 소란때문에 재판장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고개를 숙인채 주문(주문)형량에 귀를 기울였으며 선고직후 교도관들이 피고인들을 재빨리 피고인 대기실로 피신시켰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으로 모든 사람들이 꺾이고 상처 입은 피해자가 됐으며 우리들의 정신 문화속에 인격에 대한 최대의 수치일 뿐 아니라 모욕적인 전 근대적 고문이 잔존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피해자인 동시에 정신적으로 가해자라는 자책마저 금할 수 없다』면서 『이 사건으로 이제는 고문이 영원히 사라져 고문하려는 사람도 없고 고문당 할 사람도 없는 수사풍토가 확립돼야겠으며 고문으로 인한 시비가 종식되는 뼈아픈 교훈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제는 피고인들과 피해자, 그리고 국민들 사이에 이 사건을 두고 불태우던 증오와 대립이 해소돼 서로 용서하고 화합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박군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해야하며 그 희생이 가지는 기념비적인 의미를 조용히 되새겨야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들의 양형과 관련, 『조경위와 강경사는 이사건에 있어 주동적인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고 법정에서도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고 있어 구형대로 중형을 선고한다』면서 『그러나 반금곤경장·황정웅경위등은 1차 고문이 시작된뒤 나중에 가담한 점에서 다소 형량을 낮추었고 이정호경장은 비교적 가담 정도가 가볍고 나이가 어린점을 참작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박군고문치사사건은 박군 사망 1백71일만에 구속만기(18일)를 14일 앞두고 고문경관에 대한 1심이 모두 끝났으며 은폐 조작부분의 경찰간부 3명에 대한 재판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선고 결과에 대해 변호인측은 『여론을 의식한 때문인지 형량이 너무 무겁다』고 말하고 『피고인들의 뜻을 물어 항소하겠다』고 밝혔으며 검찰은 『상부와 상의한 후 항소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피고인들은 결심공판때 법정소란으로 하지 못한 최후진술을 서면으로 재판부에 제출, 한결같이『엄청난 잘못을 저질러 박군 유족과 국민에게 죄송하다』며 『대공전선에서 일해온 그동안의 공적을 참작해 관대히 처벌해달라』고 호소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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