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관계 해빙 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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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 총리의 2002년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로 얼어붙었던 중국.일본 관계가 해빙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5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관방장관이 9일부터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전 총리 등과 함께 중국을 방문, 후진타오(胡錦濤)국가주석과 회담한다고 밝혔다.

후쿠다 장관은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25주년 기념 리셉션에도 참석한다. 후쿠다는 1978년 중.일 평화우호조약을 체결했던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당시 총리의 아들이다.

일본 언론들은 "총리의 대변인으로 국가를 지키는 것이 주임무인 관방장관이 외국을 방문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 "이라며 "고이즈미 총리에 대한 중국 내 여론이 나빠 후쿠다 장관이 총리 대리인 자격으로 방문한다"고 밝혔다. 후쿠다 장관은 胡주석과 북핵 문제와 관련한 6자 회담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10일에는 리자오싱(李肇星)외교부장이 일본을 방문해 고이즈미 총리와 회담을 하며, 다음달에는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방일한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 3월 취임한 胡주석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데다 양국 간에 정치.경제적인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총리를 몹시 불쾌하게 생각해온 장쩌민(江澤民)전 주석과 달리 胡주석은 지난 5월 러시아에서 고이즈미 총리를 만났을 때 역사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미래를 강조했었다. 최근 6자회담을 성사시킨 것처럼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일본을 끌어안으려는 것으로 해석됐다.

중국은 또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으로 급감한 일본인 관광객 유치가 시급하다. 그래서 올 가을부터 일본인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할 방침이다. 일본은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에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고, 중국 고속전철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시급한 상황이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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