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불난 서문시장. 한 달 지났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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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문시장 화재 모습.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 서문시장 화재 모습.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 서문시장에 큰불이 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아직도 시장 곳곳에는 탄내가 난다. 흉물스럽게 변한 4지구 건물도 그대로다. 화재 현장 주변엔 약 2m 높이의 철제 울타리가 설치됐다.

화재는 지난달 30일 오전 2시께 서문시장 4지구에서 발생했다. 점포 679곳이 불탔다. 불은 59시간 만인 12월 2일 오후 1시8분쯤에야 꺼졌다. 4지구 상인들은 하루 아침에 일터를 잃었다. 서문시장통합지원센터가 4지구 상인들을 상대로 집계한 피해 신고액은 744억원이다.

화재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화재 직후 경찰은 대구 중부경찰서장을 팀장으로 한 수사전담팀을 꾸려 화재 원인 규명에 나섰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다각도로 분석했지만 뾰족한 답을 얻지 못했다. 다만 폐쇄회로TV(CCTV) 분석을 통해 화재가 상가 내부에서 시작됐다는 점은 밝혀냈다. 국과수는 지난 16일 경찰에 통보한 감정서에서 "발화 지점을 특정할 수 없어 원인을 정확히 언급하기 어렵다"며 "전기 합선 등이 있을 수 있으나 현장 조사만으로 이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상인들은 하루 빨리 대체상가가 마련되기만 기다리고 있다. 대체상가는 시장 인근 베네시움 쇼핑몰로 정해진 상태다. 옛 계성고등학교 터, 롯데마트 내당점 등 후보지 5곳을 두고 논의해 정해진 곳이다. 서문시장과 가깝고 지하 4층~지상 10층 대부분 공간이 비어 있어 입주하기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곳은 지난 2005년 서문시장 2지구 화재 때도 일부 점포가 대체상가로 활용한 적이 있다.

하지만 행정당국은 베네시움 개별 소유자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대구 중구는 베네시움 소유자 716명 중 절반도 찾지 못했다. 베네시움을 대체부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운영위원회를 먼저 구성하고 임시관리단집회(총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임시관리단집회를 개최할 최소한의 소집인원은 확보됐지만 의결을 할 수 있는 과반수는 채우지 못했다.

생계가 막막해진 상인들을 위해 전국에서 성금도 모여들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28일 현재까지 59억5809만2425원(7965건)이 모였다.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오는 31일까지 모금을 이어간다.

기부 희망자는 전국재해구호협회 홈페이지(www.relief.or.kr)에 안내된 계좌나 ARS(060-701-1004)·문자메시지(#0095)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자원봉사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대학적십자사, 지자체 봉사단체, 일반 시민 등은 화재 현장을 찾아 물품을 지원하고 급식, 교통지원 등에 나섰다. 봉사활동에 나선 사람의 수는 1700여명에 달한다.

정부와 지자체도 피해 상인들에게 각종 지원책을 내놨다. 중구보건소 산하 중구정신건강증진센터는 상인을 상대로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를 하고 있다. 대구 중구는 피해 상인 551가구에 긴급 생활안정 생계비 4억9000여만원을 지급했다. 정부도 피해 상인에게 세금과 각종 융자금 납부·상환을 6개월에서 1년간 유예하기로 하는 등 지원에 나섰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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