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부적격 당첨 주의보…잘 따져보고 청약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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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59대 1의 청약경쟁률을 뚫고 서울 송파구 풍납동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 전용 84㎡에 당첨된 50대 회사원 김모씨. 기쁨도 잠시, 며칠 뒤 분양업체로부터 재당첨을 이유로 부적격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아파트 분양에 당첨된 적이 없다며 하소연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김씨의 아내가 2년 전 서울 강북 아파트에 당첨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본인만 이전에 당첨된 적이 없으면 재당첨 제한 적용을 받지 않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김씨는 “청약 자격이 까다로워졌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정부의 11·3부동산대책으로 청약자격이 강화되면서 부적격 당첨자가 크게 늘었다. 특히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이 심하다. 청약자가 바뀐 자격 요건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잘못 신청해서다. 부적격 당첨자는 당첨이 무효 처리되고 1년간 청약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는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1순위 평균 12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래미안 리오센트 당첨자 146명 중 22%인 32명이 부적격자로 판정됐다. 애초 39명이 부적격 통보를 받았으나 7명은 관련 서류 등을 제출해 소명을 받았다. 지난달 30일 청약접수한 송파구 풍납동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 당첨자 92명 가운데 부적격자는 13명으로 14%를 차지했다.

이같은 부적격 비율은 1순위 청약자격 등을 까다롭게 한 11·3대책 이전에 비해 훨씬 높아졌다. 지난 10월 3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한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의 부적격 당첨자는 3명으로 전체(41가구)의 7%였다.

부적격 당첨이 증가한 데는 11·3 대책에 따라 강남권 등 전국 37곳 청약 조정 대상지역의 청약자격이 복잡해져 청약자들이 헷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분양대행사인 미드미D&C 이월무 대표는 “강북지역에선 재당첨 제한을 어긴 부적격자가 많은데 강남에선 부적격자의 절반 정도가 주택 소유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되살아난 재당첨 제한은 과거 당첨된 적이 있으면 일정 기간 순위 내 청약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인터넷 청약 신청 때 본인의 과거 당첨 사실은 확인할 수 있지만 같은 세대 내 다른 가족은 알 수 없어 재당첨 제한 적용 여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재당첨 제한도 주택 소유와 마찬가지로 본인 뿐 아니라 세대원 전원을 대상으로 따진다. 가족 모두의 당첨 사실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집을 한 채라도 갖고 있는 유주택자의 청약 문이 좁아졌다. 1주택자는 분양물량의 40%에 대해 청약통장 가입기간 등으로 점수를 내어 당첨자를 가리는 청약가점제에 신청하지 못한다. 이전에는 1주택자도 무주택 기간 점수만 없을 뿐 부양가족 수 등에서 점수가 나오기 때문에 가점제로 청약가능했다. 가점제 신청자는 가점제에서 탈락하더라도 60%에 대한 추첨에서 한번 더 당첨 기회를 갖기 때문에 당첨 확률이 더 높다. 이번 제도 변경으로 2주택자는 1순위에서 아예 제외된다.

부적격 당첨자는 청약통장이 무효가 되거나 재당첨 제한 적용을 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1년간 1순위든, 2순위든 청약하지 못한다. 청약 제한 기간이 3개월에서 이번 대책에 따라 1년으로 늘어났다.

부적격 당첨자 물량은 예비 당첨자에게 돌아가고 예비 당첨자가 없으면 선착순 분양에 들어간다. 정부는 부적격 당첨자가 늘어남에 따라 분양업체가 예비 당첨자를 넉넉히 확보할 수 있도록 예비 당첨자 비율을 20%에서 30%로 늘리기로 했다.

11·3 대책 후속조치가 잇따라 시행되면서 부적격 당첨자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이달부터 1순위 청약접수가 당해 지역과 기타 지역으로 나눠 이틀에 걸쳐 진행되고, 내년 1월 1일부터 가입기간에 상관없이 청약통장이 있어야 2순위 신청이 가능하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어떤 아파트에 신청할지 청약계획을 세우는 것 못지 않게 깨알 같은 청약 세부기준과 주택소유 여부 등을 미리 알아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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