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엽에 매달릴 때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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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10사태를 시급히 논의하기 위해 여야가 모두 무조건 국회를 열자고 해놓고도 국회정상화 협상은 계속 지지부진이다.
여야 총무들이 몇 차례 협상한다고 만났지만 이들은 회기니, 의제니 하고 말다툼이나 하고 있다.
6·10사태다, 명동성당시위다 해서 온 나라가 소연하고, 최루탄가스가 시가지에 가득차 시민들이 온통 눈물을 흘리던 그 위기가 넘어 갔다고 보기 때문인가. 무슨 비상한 조치들이나 올 것이라는 소문으로 증권시장의 주가가 하루걸러 오르락 내리락 하던 불안상태가 잠시 가셨기 때문인가.
이런 사태를 국회에서 정치적으로 다룸으로써 위기를 극복해 보자고 했던 것인데 이제 와서 국회 정상화가 늦어지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인권특위를 설치하는 요건이 가장 큰 장애가 되고 있다. 3분의1의 요구가 있으면 언제든지 열도록 하자는 야당과 그것은 법에 어긋난다는 여당 주장이 맞서있다.
국정 조사권이 발동 안되면 국회를 안 열겠다던 민주당이 그것을 포기까지 하고 국희를 정상화 시키기로 했을 때는 긴급한 사연이 있었을 것이다.
민정당도 그와 같은 야당의 요구에 동의했을 때는 시국을 걱정하는 마음이 있었을 터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인권특위라는 것을 놓고 여당총무는 『법대로』 를 주장하고, 야당총무는 『사전보장』 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인권특위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그것이 당장의 긴박한 현안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한쪽은 나중에 뒤 책임지기 싫은 「관료적 발상」 에서 못 벗어나고 있고, 다른 쪽은 당 내외 비판이 두려워 「트집거리」 를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시국은 계속 심각하다. 시위가 전국적인 상황으로 계속되고 있고 심지어 데모대의 진출로 고속도로가 한때 막히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6·10의 여진이 길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정국 불안도 높다. 이런 상황을 정치권이 그들의 문제로 받아들여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 아닌가. 여야는 왜 6·10사태라는 엄청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룰 생각은 않고 지엽적 문제에 매달려 본말을 뒤바꾸러 하는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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