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대통령 코스프레하나” 황교안 “필요한 인사는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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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오른쪽)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발언대로 나오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총리 자격으로 국회 대정부질문에 답변했다. 왼쪽은 유일호 경제부총리. [사진 강정현 기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오른쪽)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발언대로 나오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총리 자격으로 국회 대정부질문에 답변했다. 왼쪽은 유일호 경제부총리. [사진 강정현 기자]

보수진영 일각에서 대선주자로 거론하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설을 부인했다.

국회 대정부질문 출석, 야당과 공방
대선출마설 묻자 “계획 전혀 없다”
“기름장어가 길라임 역할” 비꼬자
“적절치 않은 표현 자제를” 맞대응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황 대행은 “대통령 출마를 계획하거나 고려하고 있느냐”는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의 질문에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채 의원은 황 대행의 개인 페이스북에 올라온 강원도 양구 중앙시장을 방문한 사진을 보여주면서 “총리가 한 달 전 시장 방문 사진을 최근 뒤늦게 올렸다. 국무총리실 공식 페이스북에도 없는 사진을 올린 것을 보면 대통령 출마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고 재차 물었다. 황 대행은 이에 대해 별도의 답변은 하지 않았다.

야당은 황 대행에게 연거푸 견제구를 던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탄핵 대통령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으신 분이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 불요불급한 인사권 행사를 강행하고 대통령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고 공격했다. 황 대행은 “권한대행이 큰 틀의 인사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기 때문에 유념하고 있다”면서도 “공석이 되거나 임기가 도래하기 때문에 공백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에 관해서는 부득이 인사를 해야 하지 않나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행은 지난 16일 공석이던 한국마사회장을 임명한 데 이어 20여 개 기관장 인사도 하겠다는 입장이다.

차분하게 진행되던 대정부질문은 민주당 김정우 의원의 공격적 발언으로 한때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김 의원은 “대통령이 거취 문제를 국회더러 정해 달라더니 총리도 국회 출석 방식을 국회보고 정하라고 했다. 대통령에게 배운 거냐, 아니면 대통령 흉내 내는 거냐”고 쏘아붙였다. 이에 황 대행이 “권한대행이 국회 출석요구를 받고 출석한 전례가 없었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당에서 여러 얘기가 있으니 협의를 해주면 그대로 하겠다고 말한 것뿐”이라고 답하자 김 의원은 “그러니 기름장어가 길라임 역할을 하는 거 아니냐”고 비꼬았다. 황 대행은 굳은 표정으로 “적절하지 않은 표현은 사용을 자제하는 게 어떨까 싶다”고 응수했다. 이날 야당은 황 대행의 격상된 지위를 감안해 과거 총리 시절보다 전체적으로 공격 강도는 낮추는 기류였다.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이 미국 트럼프 체제 출범에 따른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수정 우려 가능성을 제기하자 황 대행은 “다각적인 대응 방안들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며 “미 대선 기간 동안 우리 당국자들이 트럼프 측과 100여 회가 넘게 많은 채널을 통해 쭉 협력해왔다”고 말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에 대한 정부 대응 부재에 대한 질책도 이어졌다. 새누리당 정운천 의원은 “국정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AI가 발생한 지 한 달도 안 돼 전국으로 확산됐다. 1900만 마리가 살처분되는 재앙에서 총리는 무엇을 하셨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황 대행은 “메르스 경험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범정부적 협력을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며 “이번 AI가 과거와 달리 단기간에 번지는 속성이 있어 확산 방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내년도 정부 경제 대책과 관련해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경기 부양을 위해 내년 상반기에 전체 예산의 68%를 조기 집행할 예정”이라며 “1분기 경제 실적을 보고 추경 편성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 특위가 21일 열기로 했던 ‘위증 모의 의혹’ 전체회의는 야당의 거부로 무산됐다.

글=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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