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물연대 제2 운송거부는 안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가 20일부터 전면적인 운송거부에 돌입하겠다고 한다. 불과 3개월 전 전국을 '물류대란' 상태에 빠뜨렸던 화물연대가 다시 집단행동에 나선다고 하니 여간 걱정이 아니다. 운송거부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현대자동차의 장기 파업으로 침체상태인 우리 경제에 주름살이 더 늘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화물연대는 지난 5월 운송거부 때 정부와 합의한 내용들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아 운송거부를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다단계 알선 단속 등 11개항 합의안 가운데 운송업체와 운임 인상 협상이 지지부진한 데 큰 불만을 갖고 있다.

화물연대는 운임협상이 진척되지 않는 것은 합의 당사자인 정부의 이행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반발한다. 반면 화물운송의 구조적인 문제점 개선에 주력해온 정부는 운임은 화주.운송업체.화물연대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화물연대가 운송거부 움직임을 보이자 정부는 화주에게 급기야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화물연대와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는 화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는 반발에 부닥쳤고 화물연대는 운송거부를 결정한 것이다.

화물연대 협상은 운송업체와 화주의 규모나 재정상태가 각기 다르고, 화물연대 회원의 신분상 노사관계가 분명치 않아 난관이 많은 게 사실이다. 또 컨테이너.시멘트 등 화물의 종류도 제각각이고, 지역 화물연대의 여건도 달라 정부가 일관되게 협상에 관여할 수 없는 어려움도 있다. 그렇다고 화물연대의 움직임을 수수방관할 수는 없다.

지난번 운송거부 때 사전 조정을 소홀히 해 화물유통과 수출입이 중단 위기 직전까지 이른 경험을 잊어서는 안 된다. 법적인 한계와 제도적인 테두리 안에서 협상에 적극 개입해 제2의 물류대란은 막아야 한다.

화물연대도 힘으로 밀어붙이려 해서는 안 되고, 운송업체.화주와 보다 긍정적으로 교섭에 나서야 한다. 철도파업 이후 정부가 노동계의 불법파업에 강경한 자세이고 국민 여론도 비판적인 만큼 성급하게 운송거부에 들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