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지식재산 전쟁’ 대비 국가 전략 세워야 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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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헌주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

윤헌주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

스웨덴의 발명가 알프레드 노벨은 1867년과 1868년에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특허를 받았다. 액체폭약인 니트로글리세린을 규조토에 흡수시켜 고체화해 안전하고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다이너마이트의 탄생이었다. 이 특허가 노벨상을 탄생시키게 된다. 노벨은 다이너마이트로 엄청난 부를 창출하고 노벨재단을 설립해 100여 년 동안 노벨상을 운영해왔다. 생리의학·물리·화학 등 인류의 과학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전통적으로 발명과 특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부를 가져다주는 것으로 여겨졌고, 지금도 그런 인식엔 변화가 없다.

2011년 애플사는 삼성을 상대로 특허전쟁을 선포한다.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이에 삼성도 애플사의 표준특허 침해로 맞대응한다. 이 전쟁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로 전장을 확대하며 치러진다. 이 치열한 전쟁을 통하여 우리는 디자인특허, 표준특허라는 생소한 용어를 새로이 접하게 되었다.

2014년도에는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됐다. 해외 생물·유전자원을 수입 이용하는 국가는 자원보유국의 사전승인을 얻고 그들과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또한 콘텐트의 디지털화와 온라인 유통 등에 따른 저작권 보호도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지식재산(IP:Intellectual Property)은 전통적인 특허를 넘어 디지털 콘텐트, 그리고 생물자원까지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동시에 IP 확보를 위해서는 기술 개발은 물론이고 국제표준 활동, 국가 간 정보 공유 등 정치·외교·문화적 노력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미국 S&P가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산 분석에 따르면 지식재산 등 무형자산의 비중이 87%를 넘어서고 있다. 올 1월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는 전문가들이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승자의 조건 4가지 중 하나로 ‘강하고 유연한 지식재산 제도’를 꼽은 바 있다.

다행히 정부는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2011년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설립하고 5개년 계획인 제1차 국가지식재산기본계획을 수립하여 범정부 차원에서 IP 정책의 큰 틀을 만들었다.

2017년은 제2차 국가지식재산기본계획이 시작되는 해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우리의 IP 전략을 세우기에 매우 적절한 타이밍이다. 제2차 기본계획의 전략 방향은 ‘강한 특허를 창출하기 위해 연구기획부터 성과 활용까지 연구개발의 모든 단계에서 IP 전략을 연계’하고, ‘IP 보호와 중소기업의 기술 보호를 선진국 수준으로 제고하여 기업의 발명의욕을 장려’하며, ‘디지털 시대에 대응하는 저작권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창출된 지식재산이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IP 기술 거래 및 사업화, IP 금융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제야말로 IP가 과학기술과 연구개발정책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다루어져야 할 때이다. 이제 IP는 국가와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을 위한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윤헌주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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