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역 학생은 돈 내”…완주군, 고교 무상 급식 차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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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전북 완주군이 고교 무상급식비 지원을 놓고 ‘지역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완주군이 완주지역 고등학교에 다니더라도 다른 시·군에 주소지를 둔 학생에게는 급식비를 지원하지 않아서다.

“예산부담 크고 형평성 어긋난다”
타 지역 거주 학생에 급식비 미지원

전북도교육청은 29일 “전북의 농어촌 지역 8개 군(郡) 전체가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한 가운데 완주군이 타 시·군에 거주하는 고등학생에게는 급식비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전북은 14개 시·군의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 전체와 농어촌 9개 시·군 고교에서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농어촌 고교의 경우 전북교육청과 기초자치단체가 급식비의 절반씩을 부담하고 있다. 전주·익산·군산·남원·김제시 등 나머지 5개 도시 지역 고교는 전북교육청에서 급식비의 50%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완주군은 농촌 지역인데도 타 지역에 사는 고등학생들에게는 급식비의 절반인 1인당 월 3만5000원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또 내년 고교 급식비 예산(1억7650만원)에도 다른 시·군 학생에 대한 급식 지원비를 반영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완주 지역 8개 고교생 3277명 가운데 80%를 차지하는 전주 등 타 지역 거주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다. “다른 군(郡)처럼 학생들의 주소지와 상관없이 급식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완주 A고교 교장은 “전국에서도 재정자립도가 상위권인 완주군이 재정이 어려워 아이들 밥값을 못 주겠다고 하는 것은 핑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완주군 측은 “예산 부담이 큰 데다 완주에서 거꾸로 전주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전주시가 완주군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에게 급식비를 지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전주 학생들에게만 무상급식 혜택을 줄 수 없다는 논리다. 완주에서 전체 고등학생에게 급식비를 지원하려면 10억원 정도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게 완주군의 설명이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내건 ‘고교 무상급식의 도시 지역 확대’ 공약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전북교육청은 지난해 교육정책협의회에서 전북도에 이 안건을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 전북도 측은 “예산 부담 때문에 한꺼번에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전북도에 따르면 도내 도시 지역 고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하려면 116억원의 추가 비용이 든다. 전북교육청 측은 “학생 수와 비용 부담 규모가 비교적 적은 김제·남원시부터 단계적으로 고교 무상급식을 확대·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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