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는 사물 보는 감각 뛰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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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금주의 시조들이 대개 봄이라든가 아침,저녁과 같은 시간대를 제목으로 붙이고 있다. 이는 우리들 삶을 포함한 모든 자연의 현상이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일어나며 문학이 시간의 체험적 요소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음을 단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라 하겠다.
『봄비』는 계절에 적합한 시제로서 사물을 대하는 감각과 솜씨가 세련된 시조다.
삭막했던 대지위에 내리는 비를 그대로 의인화함으로써 정감적인 표현을 얻고 있는 데다가 <눈빛 씻는들녁>이나<실로폰 음계를 치는…>등의 감각이 봄의 정경을 신선하게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띄어쓰기에 유의하기 바란다.
『봄맞이』도 역시 봄을 제재로한 시조다.
제목에 나타나 있듯이 봄을 맞은 농촌의 정경을 소박하게 표현하고 있으면서도 시상을 옹글게 응축시킨 솜씨가 뛰어나다 하겠다.
『울릉도의 아침』은 조국 강산 외딴 섬 울릉도의 아침을 토속적 서정으로 노래하고 있다. 감각적 표현을 해보려는 노력은 보이나 의욕 만큼 따라주지 않은 듯하다. 무리한 비약을 꾀하지 말고 정확한 표현법을 익혀야 할 것이다.
『포장마차』는 어둘녘 도시의 풍물 속에 생활의 정을 담아본 작품으로 밝음과 어둠을 내면적으로 조응하여 작자의 자화상을 역력하게 떠올리고 있다. ,
그러나 작자는 두 수를 한 수로 줄인 그 차이를 잘 감지하고 시조가 생략의 미학임을 익혀가기 바란다. <김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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