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지침 표절 시비|한천수 <사회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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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시 교위가 지난7일 핵가족시대의 학부모를 위한 어린이 교육지침으로 내놓은 「바른 버릇 기르기」29개항이 일본인 「이시하라·신타로」(우원신태랑)씨의 책을 베꼈다고 해서 시비가 되고 있다.
실제로 29개 지침가운데 「형제가 싸울 땐 말리지 말라」든지, 「높은 곳에 올려보내라」는등 25개항이 「이시하라」씨의 『스파르타교육』이란 저서 속에 있는 1백개 지침과 같거나 유사하다.
더구나 그가 대표적 일본인으로, 「폭력의 존엄성을 가르치라」든지, 「태평양전쟁의 이야기를 해주라」는등 군국주의 냄새가 나는 원본의 성격에 비추어 그것을 따오지는 않았더라도 국민감정에 거슬린다는 지적까지 받고있다. 공자나 「스포크」박사의 육아지침서와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 지침을 마련한 서울시 교위 김두맹 중부교육구청장은 『일본서적의 내용도 일부 인용했다』며 『같은 동양문화권으로서 자녀교육에 관해 비슷한 고민을 느낄 수 있었고 우리의 가정교육에서도 심각한 과잉보호문제에 참고가 됐다』고 해명.
김교육 구청장은 『따라서 지침으로 제시된 항목들은 맹목적인 준수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우리의 환경이나 여건에 맞게 해석되고 실천될 수 있는 지혜』라고 풀이.
실무책임자인 김교육 구청장의 설명대로 일본인의 아이디어라고 해서 우리가 참고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편협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를 공식기관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배포할 때는 학부모나 일선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등 신중했어야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은 특히 민족감정의 응어리가 앙금처럼 남아있는 일본인의 저서가 인용됐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교육구청장이 학부모들에게 배포한 지침은 비록 그것이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더라도 정부기관이 공인한 자녀교육의 지침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대일 감정은 충분히 고려돼야 했다.
지난해 독립기념관 파동에서도 나타났던 일반의 일본에 대한 감정을 모를 리 없는 교육기관이 충분한 여과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이를 내놓은 것은 지나치게 서둘렀거나 국민감정을 가볍게 보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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