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만 보지말고 토지확보 확인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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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이봉관(71) 회장은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의 투명성과 신뢰도가 높아지면 실수요자들이 저렴하게 내 집 마련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이봉관(71) 회장은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의 투명성과 신뢰도가 높아지면 실수요자들이 저렴하게 내 집 마련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그동안 잡음이 많던 주택조합조합 제도가 개선되면서 투명성이 높아졌다”며 “실수요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으로 성장해
분양가는 15% 싸지만 불신도 커
조합원 80% 확보해 위험 부담 줄여
주택법 개정으로 조합 탈퇴시 환급

지난 17일 이봉관(71) 서희건설 회장은 서초구 양재동 본사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터뷰 당일 조합에서 조합원이 탈퇴할 경우 비용을 환급받을 수 있는 내용의 주택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사업주체가 조합원이다 보니 진행과정에서 불투명한 회계처리나 사업지연과 같은 문제가 많은 편이다. 최근 3년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지역주택조합 피해 민원은 200여 건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도 수익은 낮고 부정적 인식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 이런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건설사가 서희건설이다. 서희스타힐스 브랜드로 알려진 서희건설은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어선 도급순위 28위 중견 건설사다. 이 회장은 지난 1994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덩치키우기 보다는 수요자를 먼저 생각한다는 원칙으로 경영을 해왔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집값 부담이 커지면서 지역주택조합 수요가 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고민 끝에 실수요자에게 저렴하고 좋은 집을 지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마음으로 지은 이 사업이 이젠 회사의 주력사업이 됐다. 이 사업의 매출은 전체 40%에 달한다. 지난 2011년 사업 시작 후 현재까지 5개 단지를 준공했고, 11개 단지를 짓고 있다.

주택지역조합 아파트는 일반 분양 아파트보다 15~20% 정도 가격이 싸다. 조합원들이 땅을 사고 건설사에 시공을 맡기기 때문에 땅값 이자와 같은 금융비용이 적게 들어서다. 또 청약통장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고, 전용 85㎡ 이하의 주택을 한 채 보유하고 있어도 조합 가입이 가능하다. 때문에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06곳이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사상 최대치다.

관심이 높은 만큼 불신도 높다. 이 사업은 95% 이상의 토지 확보가 되기 전까지는 사업승인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진행 과정에서 시공사나 조합, 업무대행사의 잘못으로 사업이 무산되기도 한다. 사업이 멈추면 조합원 탈퇴와 계약금 환급이 쉽지도 않다. 이 회장은 “이럴 경우 소송까지 가다 보니 사업에 대한 불신이 쌓인다”며 “마침 오늘 이런 문제가 해결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지역주택조합은 95% 토지 확보, 조합원 50% 이상 모집하면 아파트를 지을 수 있지만 서희건설은 ‘80% 조합원 모집 후 착공’을 기본으로 한다. 그래야 착공 후 빠른 진행과 각종 사업비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들이 어떤 집을 골라야 하냐는 질문엔 “분양가가 저렴하다고 투자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고 답했다. 그는 토지확보가 얼마만큼 되어 있는지와 시행사를 확인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령 조합원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형 건설사라고 속이는 경우도 있어서다.

내년 어두워진 주택경기 돌파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서희건설은 이미 5년간 공사할 물량도 이미 수주했다. 시공 예정인 주택조합 물량은 5만7594가구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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