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식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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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레이건」의 정치수난은 일단 끝난 것 같다. 한때 그는 대통령직을 그만 두는 것 아닌가 하는 위기에까지 몰려 있었다. 그 「레이건」이 지난 5일 ABC-V여론조사에서 덤%의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았다. 1주일 전「레이건」의 지지률이 40%에 지나지 않던 반응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의 신뢰도를 이처럼 바꾸어 놓은 것은 TV 연설이었다. 4일 밤 미국 TV앞에서 「레이건」은 자신의 정치운명을 위협했던 대이란 무기밀매사건에 관해 한마디로 『그것은 잘못(미스테이크) 이었다』 고 시인했다.
그의 말은 너무도 또렷했다.
『잘못을 저지르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통격을 받고, 교훈을 얻고, 그리고 다시 일을 착수해야 합니다. 문제를 푸는데는 그 이상 건실한 방법이 없읍니다』
어떤 지도자가 얼마나 훌륭한가는 그의 업적을 보기 보다 그가 실패를 어떻게 극복했는가를 보는 쪽에 더 갈 나타난다.
「드골」도 일찍이 『전쟁회고록』을 집필하면서 『훌륭한 지도자들은 항상 그들의 성공보다 실수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운다』고 했었다.
물론 격은 다르지만 「드골」의 이미지 관리에는 평범한 법칙이 있었다. 말재주나 드라매틱한 연출 솜씨보다『복잡하고 모호한 것들도 간명하게 설명할 수 있었던 정확한 언어구사 (구사) 』-.
이것은 「드골」의 평전을 쓴 「닉슨」이 부러워한 대목이기도 하다. 「드골」은 『칼날』이라는 저서에서도 지도자의 요건을 세 가지로 꼽았다. 첫째 직감, 둘째 지성, 셋째 권위.
특히 직감을 중요시한 「드골」은 「현실감각」에 예민했다. 그 점에선「레이건」 도 마찬가지다.
대이란 무기스캔들 사건이 벌어지자 「레이건」은 서둘러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작년 12월부터 「타워」 전상원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이 조사위원회는 「레이건」의 일기와 사사로운 메모까지도 뒤져보았다.
「타워」는 「레이건」의 친구이기도 했다. 그러나 조사할 것은 다 했다. 그것이「레이건」을 돕는 일이고, 위기에서 구출하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2백82페이지에 달하는 「타워」보고서는 공개되었다. 「레이건」은 그 보고서에 근거해 잘못을 주저없이 수긍했다. 그리고 「충고」대로 주변의 인사조치도 했다.
미국 국민들은 그 하나 하나의 과정을 샅샅이 지켜보았다. 그리고 「레이건」 은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미국 사람들은 정치지도자의 첫째조건을 정직에 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은 곧 정』 이라는 공자의 정치철학은 동서만고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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