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 소나무 "구상·자료수집에 1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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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노을』『불의 제전』『바람과 강』등의 문제작을 발표했던 중견작가 김원일씨(45)가 장편『늘푸른 소나무』를 16일(일부지방 17일)부터 본지에 연재한다. 67년 데뷔이후 동인문학상·현대문학상·한국창작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문단을 이끌어 가는 본격작가로 주목을 받았던 김씨의 신문소설 연재는 이번이 최초여서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문학적 품격을 유지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얼굴로 매일 독자들과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이겠지요. 민감한 독자반응과 느리게 다가오는 예술성 사이에서 갈등과 슬기를 겪고 보여야 하는 것이 작가의 몫입니다.』
『늘푸른 소나무』는 한-일 합방이듬해인 1911년부터 제2차 세계대전중인 1943년 전후까지 약 30여 년간을 원고지 5천여 장으로 엮을 시대소설.
구한말 시골토호의 비천한 종으로 태어난 주인공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시대적 상황에 의해 걸출한 인물로 떠받들어지면서 해방직전까지 온갖 파행을 통해 마침내 세상에 대한 신념을 얻는 과정이 기둥줄거리. 한반도 일대를 비롯해 만주·중국·일본까지 광대한 배경을 무대로 한다.
『주인공은 시대를 요리하고 시대를 이용하는 유형이라기보다 차라리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시대에 의해 만들이진 인물입니다. 일제의 질곡 기에서 해방에 이르는 기간동안 쉽게 볼 수 있는 유형이기도 하지요. 격동기에 영웅이 되고, 민중의 존경을 한 몸에 받게 되지만 반면 그런 인간일수록 그 내면에는 측량할 수 없는 슬픔과 고뇌가 있으리라 봅니다. 바깥으로 드러난 파행과 내면에 도사린 갈등을 함께 그려보고 싶습니다.』
애초부터 성격이 부여된 채 시도된 다른 시대소설들과는 달리『늘푸른 소나무』는 역사성을 가지면서도 한 인간의 육체적·정신적 성장을 추적한「성장소설」의 틀을 부여할 것이라고 김씨는 밝힌다. 이와 함께 민중사적 측면에서 피압박민족의 실상과 불교·기독교 등 많은 종교를 거친 뒤에 새로운 종교의 교주가 되는 과정도 작품 속에 함께 담겠다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구상과 자료 수집은 10년 전인 지난 77년부터입니다. 당시 모월간지에「절명」이란 단편을 발표했는데 왠지 그 내용을 이어 집필하고 싶더군요. 해방이후부터 오늘날까지 모든 모순의 뿌리가 이미 그때부터 발아되고 있었던 겁니다.』
그 동안 6·25를 전후로 한 이데올로기문제·민족분단 등을 주로 다루어 온 김씨가 시대를 훨씬 거슬러 올라간 이번 작품을 통해 어떤 변신을 보여줄 것인지가 큰 관심거리다. 또 남성중심의 세계(여성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를 작품 속에서 줄곧 보여 온 김씨가 이번 장편에서 등장하는 여성 주인공들의 심리상태를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 하는 점도 소설 읽기에 재미를 더해 줄 듯하다. <양헌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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