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 높인 검찰 “박 대통령 범죄 혐의” 첫 공개 언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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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 농단 대면조사 압박

“구속된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중요 참고인이자 (스스로의) 범죄 혐의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사 신분 사실상 피의자 전환 시사
측근 자백·증거 통해 일부 혐의 확인
최순실 등 공소장에 공모 관계 적시

최순실(60·구속)씨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18일 박근혜 대통령의 신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여기서 구속 피의자들은 최씨와 안종범(57) 청와대 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7) 전 부속비서관 등 박 대통령의 측근 3명을 지칭한다. 특히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 문제를 검찰 관계자가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지난달 말 수사 착수 이후 처음이다. 강도도 가장 세다.

검찰은 대면조사를 고집한 이유에 대해선 “(최씨 등 3명의) 구속자에 대한 범죄 사실을 특정하기 전에 대통령께 진술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기밀 문건을 최씨에게 전달한 것(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최씨 도움을 받았다’고 시인한 대국민담화 내용이 증거법적으로 ‘자백’으로 볼 수 있느냐도 문제다. 그래서 대면조사가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기소 전 대통령 조사가 어려워진 만큼 대통령에 대한 범죄 혐의 유무는 피의자·참고인 진술과 지금까지 압수수색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확보한 물적 증거를 종합해 증거법상 원칙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 판단을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식 일정을 재개한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최재경 민정수석(오른쪽) 등 신임 참모진과 신임 대사들에게 각각 임명장과 신임장을 수여했다. [사진 김성룡 기자]

공식 일정을 재개한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최재경 민정수석(오른쪽) 등 신임 참모진과 신임 대사들에게 각각 임명장과 신임장을 수여했다. [사진 김성룡 기자]

박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가 전날 “다음주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그건 시급한 문제가 아니다. 구속된 피의자들의 기소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박 대통령 관련 혐의는 측근들의 자백과 증거를 통해 일부 확인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검찰은 20일 일괄 구속기소하는 최씨와 정 전 비서관, 안 전 수석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과의 공모 관계를 적시하는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검찰은 이날 박 대통령의 형사소송법상 조사 신분에 대해 “피의자라고 특정하지는 않겠지만 고발이 된 상황이다. 피고발인이다”며 이전에서 변화된 입장을 보였다. 그동안 검찰은 박 대통령이 참고인 신분이라고 밝혀 왔다. 이에 대해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수사팀에서 현직 대통령에 대해 고발된 분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사실상 피의자라는 얘기”라며 “측근들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공범 관계 여부 및 관여 정도가 어떤 방식으로 기재되는지를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선 이번에 검찰이 박 대통령 관련 사안을 일부분만 기재하고, 다음주 직접 대면조사한 뒤 그 결과를 갖고 법원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해 추가 기소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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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검찰의 수사 의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주요 사건 참고인에게도 피의자와 마찬가지로 ‘출석요구서’를 보낼 수 있는데 검찰은 구두로만 대면조사 받으라고 통보했다”며 “다른 형사 사건에 비춰볼 때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번 주말(19, 20일 중) 대통령 조사를 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일각의 지적에 검찰은 “공소장 작성 문제 때문에 18일 이후 대통령 조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으나 그런 결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씨 공소장에 어떤 게 담기나

검찰에 따르면 최씨 공소장엔 대기업 강제모금 이외에도 직권남용·사기미수·횡령사건 등 개인 비리도 다수 포함된다. 검찰 관계자는 “부정한 인사청탁 및 자기 사업을 위해 불법 청탁했던 사건 등도 공소사실에 적힐 예정이다. 딸 정유라(20)씨 친구 부모에게서 돈을 뜯어내고, 플레이그라운드 돈을 횡령한 사건도 있다”며 “이와 관련해 3~4개 대기업의 실명이 함께 기재된다”고 전했다.

글=현일훈·김선미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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