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위해 4시간 기다려…조기 투표의 승자는?

중앙일보

입력

7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노스할리우드 투표장. 수 백 명의 유권자들이 조기 투표를 위해 투표소 앞에 줄을 서 있었다. 줄은 투표장인 노스할리우드도서관에서 시작해 인근 건물과 공원으로 뱀처럼 길게 이어졌다. 제이슨 웨슬리는 “투표가 시작되는 아침 8시에 오면 오래 기다릴 것 같아 새벽 6시45분에 도착했다”며 “아직도 내 앞에 200명 정도의 사람이 있어 언제 투표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전 7시에 투표장에 도착했다는 샌디 상타크루는 커피 잔을 손에 들고 3시간째 차례를 기다렸다.

투표소에서 만난 한인 데니 류(36ㆍ엔지니어)는 “(힐러리)클린턴도 문제가 많지만 (도널드)트럼프만큼은 아니다. 차악을 뽑겠다는 의미에서 클린턴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필립 이(42·엔지니어)는 "클린턴은 옆에서 브레이크를 걸면 제동이 걸릴 수도 있지만 트럼프는 누가 옆에서 뭐라고 해도 안 듣고 독단적으로 행동할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 지지자라고 밝힌 준 최(38)는 “힐러리는 기득권의 대리인일 뿐이다. 트럼프도 싫지만 클린턴은 더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리사 신(48·의사)은 “우리는 무역협정을 뜯어고치고, 세금정책을 개혁하며 일자리와 강한 국경이 필요하다. 이를 해낼 수 있는 후보는 트럼프”라고 주장했다.

AP통신은 7일 오후까지 조기 투표를 한 유권자가 4627만 명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숫자만으로도 2012년 대선의 조기 투표자(4622만 명)를 뛰어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AP통신은 최종 조기 투표자는 등록 유권자의 40%가량인 5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뉴욕타임스는 조기 투표에서 히스패닉의 투표 참여가 급증하고 민주당 유권자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클린턴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고 보도했다. 히스패닉은 이민자에 적대적인 트럼프보다는 클린턴을 지지한다. 특히 대선 승부의 분수령인 플로리다·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 등 경합주에서 공화당 지지자보다 민주당 지지자의 조기 투표율이 높았다. 대선 승리를 위해 트럼프가 반드시 이겨야 하는 플로리다주의 조기 투표자 중 민주당 유권자는 39.9%로 공화당 유권자(38.5%)보다 1.4%포인트 많았다.

미국 대통령 선거의 첫 테이프를 끊은 뉴햄프셔주 북부 산골 마을 3곳의 자정 투표에서는 트럼프가 승리를 거뒀다. 8일 오전 0시(한국시간 8일 오후 2시) 시작된 딕스빌노치·하츠로케이션·밀스필드 등 3곳에서 트럼프는 32표를 얻어 25표를 얻은 클린턴을 7표 차로 눌렀다.

400㎞ 상공 우주에서도 소중한 한 표가 더해졌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현재 유일한 미국인 우주인 셰인 킴브로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부재자 투표를 했다고 7일 밝혔다. 킴브로는 ‘우주 부재자투표법’에 따라 e메일로 투표용지를 받고 텍사스주 휴스턴의 존슨스페이스센터의 위성 연결 시스템을 활용해 투표했다. 앞서 우주인 케이트 루빈스도 지난달 30일 지구로 귀환하기 전 ISS에서 투표권을 행사했다.

◇출구조사

미 대선 출구조사는 AP통신ㆍCNN 등 주요 6개 언론사와 출구조사 전문기관인 에디슨 리서치가 공동으로 구성한 ‘내셔널 일렉션 풀’(NEP)이 진행한다. 올해 대선에서는 플로리다 등 경합주를 포함한 28개주에서 성별과 나이, 특정 후보 지지 이유까지 묻는 출구조사가 이루어지고 나머지 22개주와 워싱턴DC에서는 투표 후보만 묻는 약식 조사가 진행된다. 각 주별 투표 시작과 동시에 시작되는 NEP 출구조사는 투표 공식 마감 후 한 번 더 검증을 거쳐 각 언론사가 발표한다. 특히 올해는 투표 마감 후 결과를 발표하는 NEP와 달리 웹진 슬래이트와 온라인 매체 바이스뉴스가 여론조사업체 보트캐스터와 함께 실시간으로 자체 출구조사를 발표한다.

LA·뉴욕중앙일보=원용석·서한서 기자, 서울=김준영 기자 won.yongsuk@koreadaily.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