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6돌 맞은 국민당|민정·신민틈새서 진로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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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개헌정국이 막바지를 향해서 치닫고 있는 가운데 23일 창당6주년을 맞은 국민당은 민정당·신민당양대정당의 첨예한 권력구조쟁투속에서 당의 운명이 걸린 선택을 하지않을수없는기로에 직면하여 고민하고있다.
제5공화국의 제도적으로 유도된 다당제아래서 「준여당」이니 「피조물」이니 하는 꼬리표를 달고 출발한 국민당이 험한 시련들을 헤치고 정당으로서 자생력을 확보할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이번 개헌과정에서 좌초할 것인지가 판가름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당이 맞고있는 가장큰 난제는 내각책임제 강행을 기도하고 있는 민정당의 거센 외풍속에서 어떻게 처신할것이냐는 것이다.
국민당은 대통령직선제당론이 『아직은 불변』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당을 보는 시선에는 의구심들이 가득차있는것도 부인할수 없다.『국가적 위기상황에서 파국을 막기위해서라면 차선도 선택할수 있다』는 국민당의 상황인식이 「유사시」의 전신가능성을 크게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그때문에 여권은 국민당에 협조를 얻을수 있다고 기대하는것 같다.
실제로 「이민우구상」이 부상했던 때만해도 직선제의명분은 상당부분 희석된 상대에서 국민당이 신측성있는 움직임을 보일것으로 관측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민우구상」이 전면 백지화 된데다가 뜻밖의 박종철군고문치사사건으로 인한 여론의 악화가 국민당의 운신을 당분간 어렵게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박군사건을 다루기위한 임시국회소집문제를 놓고 보여준 국민당의 모호한 모습은 여야사이에서 방황하는 국민당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국민당의 가장큰 당면이해관계는 다음 총선거에서 살아남는 것이고 그러기위해서는 제3당의 존립이 보장될 선거구제도를 확보하는 문제다. 따라서 국민당은 권력구조의 변경을 담보로 민정당과 선거법협상에서 우선 당의 존립근거를 확인하지 않으면 안될입장이다. 이 경우 선선거법-후권력구조협상으로 자신들이 희망하는 1구 2∼5인의 중선거구제를 안전하게 확보하려들 것이다.
만일 국민당의 의도가 제대로 적중한다면 13대총선에서 현상유지만 하더라도 제3당으로서는 캐스팅보트를 거머쥘수있고 나아가 집권당과의 연립내각구성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기대까지 은근히 감추고있다.
국민당이 당장 해야할 또하나의 난제는 김종필씨와의 관계정립문제다.
아직까지 김종필씨쪽에서는 정치활동재개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으나 그를 중심으로한 신당설은 끊임없이 나돌고 있으며 당내일부에서는 김씨를 영입하자는 의견을 서슴없이 꺼내고 있는 실정이다.
더우기 민족중흥동지회쪽에서는 김씨를 중심으로한 정치참여를 부동의 원칙으로 확인하고 있으며 김씨자신도 국민당을 대수롭잖게 보는 눈치인만큼 당지도부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이만섭총재를 중심으로한 당지도부는 곁으로는 『입당하면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내심으로는 달가와하지 않는 눈치여서 현재로선 양세력의 연합가능성은 거의 없다. 민족중흥동지회측과는 여러갈래로 은밀하게 의견교환이 진행되고 있지만 국민당으로서는 지금도 JP신당설에 대해서는 애써 평가절하하려 하고있다.
그러나 김씨가 정치일선에 등장할 경우 국민당은 염청난 회오리에 휩싸일것이 명약관화하며 김씨중심의 신당이 만약 출현하여 흡인력을 발휘할 경우 당자체가 공중분해될 가능성마저 있다.
이렇게 볼때 상당한 의석을 확보한 제3당으로의 위치확보를 꿈꾸고 있는 국민당은 외풍을 끊임없이 경계하는 한편 보다 분명한 정치적 색채를 띠고 국민적 이미지를 새롭게 해야할 전환기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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