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짓을 왜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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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삐거덕」-. 육중한 철문이 열렸다.
검은색 엑셀승용차와 베스타·봉고등 차량 3대가「신길산업」정문을 빠져나왔다.
터지는 보도진의 카메라 플래시, 벌떼처럼 덤벼 이를 막는 전경들.
19일하오9시40분「신길산업」이란 간판이 내걸린 서울신길동 치안본부 특수수사대앞.
서울대생 박종철군을 고문치사케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경관 2명의 수감작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3대의 호송차안에 탄 20여명의 경찰관들은 하나같이 베이지색 방한복에 방한모까지 푹 뒤집어쓰고 있어 누가 누구인지를 알수 없다. 얼굴이 없다.
호송차가 달리기 시작한다.
뒤따르려는 취재차를 가로막는 전경들.
『우린 보통 전경이 아니야. 까불면 재미없어』
「신길산업」이라 쓰여진 작엄모 차림의 전경들이 험악한 표정으로 욕을 해대며 보도차량들을 육탄으로 막는다.
그 틈을 비집고 나선 10여분동안의 심야 추격전.
맨앞에서 달리던 봉고가 서대문경찰서 정문을 통해 앞마당에 들어섰다.
사방에서 플래시가 터졌다. 방한복차림들은 약속이나 한듯 무릎에 머리를 박는다.
이어 봉고를 에워싸는 50여명의 전경. 그렇게 10분이 지나도 방한복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낌새가 이상했다.
같은 시각. 서대문경찰서가생긴 이래 한번도 열리지 않았던 후문쪽 유치장 비상문이 스르르 열렸다. 고문경관 둘이 변칙척으로 입감되고 있었다.
정문을통해 들어온 봉고는 다름아닌 「바람잡이」였던것.
여기저기서 고함소리가 터졌다.
『얼굴을 내놔!』
『수감되는 국회의원도 사진을 찍게하면서 고문경관들은 왜 안된다는 거야! 그렇게 부끄러운 짓은 왜 해』 <유재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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