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칼러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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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에는 요즘 무색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블루 칼러도, 화이트칼러도 아닌 「논 칼러」집단. 아직「세력」까지는 형성하지 않았지만 그 수는 날로 불어가고 있는 추세다.
바로 컴퓨터 세대들이다. 이들은 손에 기름을 묻히고 일하는 것도 아니고, 서류에 매달려 있지도 않다. 산업사회에선 볼수 없던 후기 산업사회의 현상이다.
이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노조를 탐탁치않게 여기는 것이다.
요즘 일본 조일신문엔 이런 기사가 실려 있었다. 젊은이들에게 『좋은 노조란 어떤 것인가』라고 물었더니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조합비가 싸고, 선거한다고 오라가라 하지않는 조합.』 한마디로 조합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다. 요즘 일본의 노조 조직률은 28%로 10년동안 6%나 감소했다. 한시절 노조의 메카(중심지)였던 미국의 경우도 그비율이 20%에 지나지 않는다.
이유가 재미있다. 노동의 질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제철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고열의 작업환경과 싸우며 땀을 뻘뻘 흘려야했다.
지금은 압연(압연)공장도 자동화가 되어 노동자는 단열이 잘된 깨끗한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들여다 보고 있다. TV화면 같은 모니터를 통해 작업을 감독한다.
노동의 질뿐 아니라 노동시장의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2차산업에서 3차산업으로, 블루 칼러는 화이트 칼러로, 화이트 칼러는 다시 논 칼러로 변색하는 시대가 되었다.
청소하는 사람도 지금은 청소 전문회사로 넘어가 파트 타임(시간제)으로 일한다.
「논 칼러 근로자」가 등장하면서 남자가 하던 일을 여자가 맡는 것도 그전엔 볼수 없던 일이다.
1973년 석유위기때 일본 철강노조련은 「임금의 경제정합성」이라는 알쏭달쏭한 용어를 만들어냈었다. 무슨 뜻인가 하면, 임금 인상을 자제해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을 가져오는 연결 고리를 끊자는 대안을 자청해 내놓은 것이다. 이것은 자원 빈국인 일본이 두차례의 오일 쇼크를 겪으면서도 기술을 개발하고 국제경쟁력을 길러 수출을 비약적으로 늘릴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일본이 로보트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으면서도 실업자 수는 가장 적은 나라가 된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다. 시대는 바뀌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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