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뛰어나고 구성 치밀 「사라진 신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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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가 본심에서 읽은 작품은 모두 7편이다. 『방황의 도시』는 이른바 분단의 비극이라는 낯익은 소재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세월과 얘기를 담고 있어 구성이 산만하고 성격묘사에 있어서도 허황한 대목이 있다.
『저 깊은 어둠과의 싸움』에 대해서는 특이한 경험이나 소재만으로 작품이 보증되는것이 아님을 지적하고싶다.
또 여기 처리된 소재만 하더라도 우리 문학의 현 단계에서는 결코 새로운 것도 특이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거인의 눈』은 단정한 문장력이 강점이다. 잘 읽힌다. 그러나 쌍동이 형제라는 특이한 상황에 있어서의 특이한 심리적 체험이 실감있는 제목을 통해서 드러나 있지않다.
『등대에 불 밝히기』도 분단상황을 취급하고 있다. 소재의 의욕성과 함께 작품을 끌고 가는 솜씨도 상당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군인의 내습, 조부모의 죽음, 어머니의 발광 등의 제목에 있어서 부자연스러운 강조나 작위성이 엿보인다.
가작으로 선정한『갯내꽃』은 분량이나 소재에 있어서나 극히 의욕적인 작품이다. 1천여장의 분량에는 작가의 만만치않은 끈기가 잘 드러나고있다.
그러나 세목의 치밀한 처리, 또 플롯에 대한 보다 엄밀한배려가 요청되는 작품이다.
끝맺음에서 권선징악적인 개과천선의 모티브를 도입한 것도 자연스러운 결말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당선작인 『사라진 신화』는 문장력도 당당하고 구성에서도 용의주도한 치밀성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또 응모작의 일반적인 수준과 견주어 본다면 단연 빼어난 작품이다. 추리소설과 역사소설을 포개어 놓은것 같은 재미도 만만치 않다. 끝까지 독자를 당기는 힘이 있다.
성격묘사도 마지막에 나오는 인물을 제외하면 충실하다. 굳이 난점을 찾자면 몰주체적인 역사이해가 유해한것은 사실이나 지나치게 독단적인 접근법에도 문제가 있는것이 아니냐는 역사관에 대한 유보감일 것이다.
심사위원 유종호|최종률|이청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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