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 이총재「독자노선」걸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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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의 노선갈등은 초기의 「오해」「감정」이라는 단계를 지나 이민우총재의 독자노선추구와 불의의 일격을 당한 두김씨측의 반격으로 2라운드에 접어든 느낌이다.
이총재는 온양에서 두김씨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면서『책임감을 갖고 당을 운영하겠다』고 독자노선을 선언하고있고 두김씨는 이번 파동의 책임과 해명을 요구할 기미.
온양에서 이총재는 두김씨에 대한 쌓인 불만을 한꺼번에 토해내고 민주화병행 투쟁을 바탕으로 한 협상노선을 분명히 밝혔다.
이총재는 찾아온 두김씨의 측근간부는 물론 일반의원들에게까지 『지금까지 당을 위해 두김씨로부터 많은 수모를 참아봤다』고 털어놓고『그런데 두사람이 이럴수 있느냐』는 섭섭함을 강한 톤으로 토로한뒤 『협상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고 정국운영 방향에 대한 소신을 선명하게 밝힌 것이다.
이총재가 『두김씨는 들어봐라』는 식으로 두김씨를 향해 정면으로 쏟아놓은 불만은 지난 연말의 당체제 개편론 및 민주화 7개항 범행투쟁을 「추인→제동」한 일련의 과정에 집중돼 있지만 김영삼고문이 유럽행때 홍사덕대변인을 한마디 상의없이 수행시켰다는 대목등도 포함돼있다.
이총재를 만나고 나온 한 인사는 『이총재의 섭섭한 심사는 김고문에게 쏠려있으나 문제의 원인은 김대중씨에게서도 나오고 있음을 느낄수 있있다』면서『이총재는 김대중씨가 체제개편론때 김고문에겐 김총재체제 지지를, 자신에겐 체제유지지원을 각각 약속했고, 공식적으론 유보적 입장을 취하는등 3개의 얼굴로 대처했다고 알고 있더라』고 귀뜸.
이총재는 이번 사태가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마치 자신과 김영삼고문간의 갈등으로만 비쳐지고 있는 것에 대해 몹시 안타까와하고 있다고 한 측근이 전언.
이 측근은 10일 『이번사태의 진정한 배경은 그동안 민권회 송년모임등에서 이민우구상을 격렬히 비난해온 김대중씨에 대해 쌓였던 거부감 때문이었다』면서 『직접적인 발단이야 김고문의 서린호텔 발표이지만 그것은 누가 보더라도 김대중씨의 지론이 아닌가』고 반문.
이 측근은 『그런데도 이번 사태의 진행과정에서 김대중씨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고 있고 김영삼고문과만 이총재가 격렬히 대립하고 있는 것 같은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번사태가 신민당의 개헌전략과 관련돼 있는 만큼 가장 대립적인 위치에 있었던 김대중씨도 이번사태에 대한 책임을 나눠 가져야 한다』고 역설.
또다른 관계자는 『이총재는 구속자 가족이 당사에와 상식밖으로 직선제가 당논인지의 여부를 묻는등 이총재구상을 문제삼을 때부터 모종의 측면공격이 아니냐고 생각해왔다』면서 『특히 71년이후 진산이 사꾸라논쟁에 몰려 제명당했던 사대를 기억하고 있는 이총재로서는 뿌리깊은 의혹을 갖고 가만히 앉아있을수만은 없었던 것』이라고 이번 사태의 근인을 설명.
그는 『이총재는 김고문이 이런 배경에서 이번 사태가 일어났다는 점을 고려치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몹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빠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김고문이 자기 페이스를 찾아 신민당을 중심으로 한 투쟁노선을 정립해야 한다』고 주문.
한편 이총재는 7개항을 바탕으로 한 협상의지를 확고히 밝히면서 『앞으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해 당을 운영하겠다』『책임지고 당을 이끌겠다』『뚜렷하고 구체적인 이유 없이 당론번복을 요구한다면 결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등 독자노선을 구축하겠다는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
일부 총재측근들은 한때 대동기미가 보였던 「왕당파」를 들먹거리며 『20명은 언제든 모일 수 있으며 말없는 지지자까지 합치면 40명은 된다』고 열심히 손을 꼽기도 한다.
그러나 두김씨가 사실상「공천권」을 거머쥐고 있고 합의제로 운영되는 신민당의 현실 속에서 이총재의 영역이 얼마나 넓어질지는 의문.
이총재의「독립선언」을 처음에는 총재의 투정·감정싸움정도로 생각하던 동교·상도동 두 진영은 사태를 점점 심각하게 보기 시작한 눈치.
특히 상도동측에서는『이총재가 정말 이럴수가 있느냐』고 분개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배신」이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김고문의 민주화병행 투쟁에 대한 비판은 이총재가 내각책임제로 나간다는 일반의 오해를 씻어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하면서 『좀더 두고보자』고 수습의 여지를 기대.
그러나 이들도 『만약 이총재가 끝까지 독자노선을 고집한다면 그 방향이 뻔하잖느냐』면서 『선거를 앞두고 신민당이 민한당 꼴이 돼서는 안될것』이라고 경고.
그러나 정작 김영삼고문 자신은 함구로 일관하고 있는데 이것은 『서운한 심정을 나타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사태수습을 위한 자제가 아니겠느냐』는 주변의 추측.
김고문은 『어디 눈덮인 큰산으로 산행을 하겠다』고 했는데 지리산으로 갈 작정.
김고문은 11일부터 3, 4일간의 심경정리기간을 거쳐 이번사태를 계기로 빚어진 당내 문제, 개헌방향에 대한 소신을 밝힐 생각인데 만약 이총재의 독자노선 추구가 분명해지면 그때 가서 「중대결심」을 피력할 것이라는 추측.
이번 사태를 이총재와 김영삼씨의 감정싸움으로 치부하고 발을 빼고 있던 동교동측도 이총재에 대한 강력제동 쪽으로 기울어지는 분위기.
이중재·양순직부총재 등은『이총재가 가면 어딜 가겠느냐』고 결국 두김 노선으로 당론이 정립될 것이라고 전망.
그러나 이들은 이총재 온양항의 계기가 됐던 두김씨 합의의 「잘못된 전달」은 규명해야 한다고 나서 지난7일 확대간부회의에 메모쪽지를 넣었던 홍사덕대변인에게 화살을 돌리는등 이총재를 간접견제.
노승환부총재는 『12일 정무회의에서 공당의 총재가 당을 버리고 잠적한 사태를 따지고 대변인을 문책요구하겠다』고 흥분.
김대중씨는 이총재의 협상노선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으나 문제가 막상 당체제 문제에 이르면 아직 망설이는 태도.
김씨는 『신민당과는 거리를 두겠다』며 사태에 초연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주변에서는 『이제 체제개편문제 조차도 강 건너 갔다』며 『남은 것은 신민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것』이라고 강경론. 이들은 사태가 악화되면 신민당과의 결별선언, 민추나 범국민투위중심의 노선전환이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들을 서슴지 않으면서 양김의 단합 필요성을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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