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진출 돌파구 찾는다_위기맞은 해외건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불황의 늪에 깊게 빠져 있는 국내 건설업계는 활로를 찾기위한 자구책으로 미국과 일본건설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해외건설하면 중동을 연상케 했던 시절이 끝남에 따라 그쪽에서 잃은 만큼의 시장을 미·일쪽에서 만회해보기 위해 시장다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70년대 후반과 80년대초까지만 해도 우리경제를 주도했던 해외건설경기가 올 들어서는 공사수주액이 2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사상 최악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록 70년대 얘기긴 하지만 연간 1백37억달러의 수주를 기록했던 것과 비하면 해외건설쪽의 퇴조는 심각한 지경에 이른 셈.
우리나라의 해외건설수주액은 지난 82년이후 내리 하강곡선을 긋고 있다. 특히 올 들어서는 11월 현재 17억5천만달러의 매우 낮은 수주에 그치고 있어 연말까지 가더라도 작년 수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올수주 20억불 안돼>
이처럼 해외건설쪽이 날이 갈수록 죽을 쑤는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긴 하지만 주된 요인은 뭐니뭐니해도 우리건설업체의 대중동 의존도가 너무 높아 시장다변화에 등한했기 때문.
○…그동안은 중동산유국들이 막대한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대규모공사가 줄을 이어 여기에만 매달려도 별일이 없었지만 유가하락에 따른 산유국들의 경제개발계획축소와 자국화경제시책이 강화되면서 공사발주량이 급격히 줄자 문제가 정면에 노출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입장이 유가 오르기만을 기다릴수는 더더욱 없고 보면 시장다변화는 발등에 떨어진 불인 셈.
○…이에따라 해외건설업체들은 우선 시장이 매우 큰 미국과 일본에 진출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들 시장은 국내시장이 큰 것은 물론이고 전세계건설시장에 발을 뻗치지 않은 곳이 없어 이들과 제휴를 하게되면 제3국 진출도 가능한 장점이 있기 때문.
현재 미국에 진출, 현지법인을 이미 설립했거나 이를 진행중에 있는 건설회사는 현대건설·삼환기업·경남기업·극동건설·한일개발·럭키개발·라이프·대림산업·삼성종합건설·유원건설 등.
이밖에도 해외건설 면허가 있는 많은 업체들이 미국시장진출의 타당성을 조사하는 등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미국시장은 국내공사만 연간발주액이 3천억달러에 이르는 세계최대의 시장. 게다가 해마다 공사발주 규모가 커지는 추세에 있다. 그러니 각국의 해외건설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것도 당연해 작년말 현재 78개의 외국업체들이 그곳에 진출해 있다.
이들의 미국내 공사가운데 따낸 총수주액은 78억달러였는데 서독의 7개사가 20억달러로 전체의 5.6%를 차지,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일본이 20개사에 17억달러(21.8%), 프랑스가 8개사에 13억달러(16.7%), 영국이 11개사에 8억달러를 각각 차지했다.
○…우리나라 업체들도 그가운데 끼어 규모가 비록 작긴 하지만 알래스카의 교도소건설에 이어 클로라도에서도 교도소건설을 따냈으며 내년부터는 현지회사들과 합작으로 건설프로젝트에 본격 참여하기 위해 분주히 뛰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미국시장이 좋긴하지만 진출에는 문제점이 수두룩하다.

<공사감리 까다로와>
우선 현지법인을 설립, 미국의 제도적·환경적 제약요인을 극복해야하는 것은 물론 ▲공사수주시 80%정도를 현지업체에 하도급해야하며 ▲공공부문 공사는 따내기가 매우 힘들고 ▲까다로운 공사관리 및 시공경험 축적을 위해 서독·영국·일본·프랑스업체들과 합작 및 컨소시엄을 형성해야하는 점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장애요인은 우리업체의 강점인 충분한 인력가동이 안되는 점을 들수 있다. 설사 공사를 따내더라도 미국의 이민법상 우리근로자의 현지진출이 거의 막혀 있어 현지근로자를 고용해야하기 때문이다.
결국 현지근로자를 쓰게될 경우 우리근로자가 직접 뛰어든 중동에서만큼 채산맞추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이에따라 정부는 이같은 제도상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워싱턴에 부이사관급의 주재관을 파견, 대미건설외교 강화에 나섰다. 우리정부는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및 MFA(다군간무역협상)를 통한 서비스교역자유화대상에 건설업이 포함되도록 하는 것과 함께 건설기능인력의 투입허용, 건설기능인력의 비자발급제한완화, 정부공사에 대한 국제경쟁입찰참여허용 등을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주재관은 이밖에 국내업체의 미국진출에 관한 교통정리도 하게된다.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까다로운 미국시장에 국내업체들이 중동진출때처럼 너도나도 뛰어들 경우 또다시 중동에서와 같은 집단부실의 실패를 맛보게 될 우려도 없지않기 때문이다.

<일현지공사 못따내>
○…한편 국내건설업계의 일본시장진출을 위한 노력도 한창이다.
업계는 일본진출을 위한 시금석으로 일본정부가 최근 발주한 대판관서공항건설에 참여할수 있도록 강력히 요청했지만 일단은 무위로 돌아갔다. 일본시장이 워낙 폐쇄적이어서 예상은 했던 일이지만 3단계로 나둬 추진될 64억8천만달러 규모의 공사중 36억4천만달러 규모인 1단계(토목 및 매립) 공사가 일본업체에만 돌아갔기 때문.
그렇지만 국내업계는 여기에 그치지않고 앞으로 있을 2, 3단계의 활주로·청사건설참여를 위해 계속 접촉하고 있다.
일본시장이 비록 세계적으로 이름난 폐쇄시장이어서 진입초반에 고전하고 있는 우리의 일본진출은 거의 숙명적과제라고 보아야할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고있어 이에대한 정부와 업계의 노력은 매우 활발히 진행중에 있다.
현재 일본은 잠재성이 큰 중공시장 등 세계 도처에 폭넓게 진출해 있어 일본업체와 제휴만 한다면 현재 우리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도 무난히 극복할수 있을 전망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춘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