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역 스크린도어, 문 닫히면 감지센서도 멈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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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세의 대한항공 직원 김모씨의 목숨을 앗아 간 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의 스크린도어(안전문)에 구조적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제가 김씨 사망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전동차 출발 때 오작동 방지 위해
도어 닫으면 작동 못하게 설계
30대 승객 사망 원인 됐을 가능성

지난 19일 오전 김씨는 전동차 출입문과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숨졌다. 사람이 그 사이에 있었는데도 스크린도어가 열리지 않았다. 서울 지하철 1~4호선과 달리 5~8호선 스크린도어는 전동차 출발 전에 닫히면 ‘감지센서’ 작동이 멈춘다. 서울도시철도공사 사고대책반 관계자는 20일 “승객이 타고 내리도록 스크린도어를 열어 놨을 때는 사람이 그 곁에 있으면 문이 닫히지 않도록 하는 센서가 작동하지만 전동차 출발을 위해 일단 도어를 닫으면 그때는 센서 작동이 멈춘다. 이는 5~8호선 전 역사(157개 역)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일단 스크린도어가 닫히면 센서는 무용지물이 된다는 얘기다. 이 센서가 작동됐다면 김씨는 스크린도어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스크린도어가 닫힌 뒤에는 센서가 작동을 멈추도록 돼 있는 이유에 대해 사고대책반 관계자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전동차가 움직일 때 생기는 (빛의) 난반사나 승객이 타고 내리는 과정에서의 오작동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고 설명했다. 지하철 1~4호선의 스크린도어 센서는 문이 닫힌 뒤 5초 동안 또는 열차가 10m 이동할 때까지 계속 작동한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김포공항역 스크린도어는 잦은 문제가 있어 계속 개량해 왔다. 지난달에 김포공항역 스크린도어를 아예 모두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내년 9월까지 새로운 스크린도어를 설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씨는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28㎝ 공간에 끼어 있었다. 이를 본 승객이 인터폰으로 기관사에게 신고했다. 기관사는 전동차 출입문을 27초 동안 열었다가 닫았다. 김씨는 이후 출발한 전동차의 압박 충격으로 숨졌다. 경찰은 전동차 출입문이 열린 27초 동안 김씨가 왜 전동차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는지, 기관사는 왜 전동차 출입문만 열고 스크린도어는 열지 않았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19일 기관사 윤모(47)씨를 불러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관사 윤씨는 ‘전동차 출입문만 열면 김씨가 다시 전동차에 탈 것이라고 생각해 스크린도어를 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20일에는 이 전동차에 탔던 20대 남성 회사원으로부터 목격자 진술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목격자 진술 내용을 공개하면 수사가 어려워진다. 목격자를 추가로 확보해 기관사 및 서울도시철도공사 측의 진술과 배치되는 부분의 진상을 규명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김씨의 사인은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잠정 결론이 내려졌다. 늑골과 양팔에서 다수의 골절이 발견됐고 내장이 파열된 상태였다.

조한대·서준석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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