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족'위에 미켈슨 -가르시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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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 갇힌 '황제'와 '황태자'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투우사'와 '왼손의 달인'은 절묘한 궁합을 이뤄 펄펄 날았다.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왼손잡이 필 미켈슨(미국)이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 산타페의 브리지스 골프장(파72.6천2백94m)에서 벌어진 18홀 팀 매치플레이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황태자' 어니 엘스(남아공)조에 1홀을 남기고 3홀차의 승리를 거뒀다.

미국의 ABC방송이 TV 특집용으로 기획한 '브리지스의 결투(Battle at the Bridges)'에서 승리를 거둔 가르시아와 미켈슨은 우승상금으로 각각 60만달러를, 패한 우즈와 엘스는 각각 25만달러를 받았다. 환하게 불을 밝힌 그린을 제외하고는 어둠이 사위를 둘러싼 16번홀(파5.5백6m).

1홀차의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가르시아는 두 번째 샷 만에 보기 좋게 온그린에 성공했다. 홀까지는 약 5m 거리.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린 우즈가 멋진 벙커샷으로 핀 가까이에 공을 붙인 것을 확인한 가르시아는 신중한 표정으로 브레이크를 읽었다.

"톡" 하는 파열음에 이어 공은 거짓말처럼 컵 속으로 빨려들었다. 1백20만달러짜리 이글 퍼트였고, 그것으로 결국 승부는 판가름났다. 이날 경기에선 시종일관 공격적 플레이를 펼친 가르시아-미켈슨 조가 열세라는 평가를 뒤엎고 우즈-엘스 조를 압도했다.

매홀 두 선수 가운데 더 나은 점수를 계산하는 베스트 볼 방식으로 치러진 경기에서 미켈슨은 1번홀(파4)부터 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기선을 잡았다. 이어 가르시아가 3번홀(파4)과 6번홀(파4)에서 잇따라 버디를 추가해 파세이브에 그친 우즈-엘스 조에 3홀차로 앞서 나갔다.

싱겁게 끝날 것 같던 승부는 7, 8번홀을 지나면서 다시 잘 모르게 됐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 듯 고개를 연신 가로젓던 우즈가 마침내 7번홀(파5.5백3m)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뒤쪽 프린지에 떨어뜨린 뒤 2퍼트로 마무리해 버디를 잡아냈다. 이어 8번홀(파3)에서도 티샷을 컵 60㎝에 붙여 버디를 추가했다.

그러나 언제든지 뒤집힐 것 같았던 1홀차의 격차는 더 이상 줄어들지 않았다. 우즈와 엘스는 11.12번홀 등에서 각각 2m 이내의 버디 기회를 맞았지만 그때마다 퍼트가 빗나갔다.

결국 16번홀에서 가르시아에게 일격을 당한 우즈-엘스 조는 17번홀에서도 버디를 잡는데 실패해 핀 1.5m 거리에 공을 붙인 미켈슨에게 컨시드를 주고 경기를 끝냈다.

우즈는 "동점 찬스 때마다 번번이 퍼트가 말을 듣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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