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련 "해산 못 한다"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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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경찰의 해산명령이 내려진「민주 통일 민중 연합」(의장 문익환 목사)은 10일 상오 10시 서울 장충동 1가56의12 분도 빌딩 본부 사무실에서 성명을 내고 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응, 끝까지 민주화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민추협은 이날 상오 9시30분 정례 의장단 회의를 열고 민통련과 노동 단체에 대한 해산명령은 불법 부당한 조치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사태 추이를 계속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민추협은 또 이날 상오 11시 긴급 상임 위원회를 열어 민통련 사태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관계기사 3, 10면>
상오 10시50분쯤에는 김대중 민추협 공동 의장과 조윤형씨 등 민추협부의장 7명이 민통련 본부 사무실에 들러 계훈제 부의장 등과 대화를 나눴다.
이민우 신민당 총재도 상오 10시10분쯤 비서진을 대동하고 민통련 본부 사무실에 나와 계 부의장을 격려했다.
한편 경찰은 민통련이 자진 해산 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11일 중으로 해산을 요구하는 2차 경고장을 보낼 방침이다.
경찰은 10일까지 민통련 본부에 자진해산을 요구하는 1차 경고장을 보냈으나 민통련 측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자진 해산 기간을 오는 13일까지로 연장하는 내용의 2차 경고장을 보내 한번 더 기회를 준 뒤 그래도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강제 해산 등의 방법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해산시한 마지막날인 10일 상오 7시30분부터 민통련 본부 사무실이 있는 분도빌딩주변 골목에 전경 1개소대 40명을 배치해놓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으나 출입 제한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성명내용=민통련 중앙의원 10명이 배석한 가운데 계훈제 부의장이 낭독한 「현 정권의 해산명령에 대한 민통련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산하 24개 단체명의)에서 『현재 상황은 계엄령만 내리지 않은 상시 계엄으로 치닫고 있다』고 규정하고 『우리 국민은 모든 민중·민주화 운동 세력과 하나가 되어 스스로의 힘으로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역사적 도정에 있으며 반 민중 .반민족·반민주 군부 소수 집단과 싸워 마침내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계훈제 부의장은 상오 9시 쯤 중앙위원 벽우 스님(35)과 함께 사무실에 나와 『8일 하오 6시 중앙위원 30여명이 비상 대책 회의를 열고 성명서 작성 및 앞으로의 민통련 투쟁방향을 결정했다』고 밝히고 『자세한 투쟁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계 부의장은 중앙 위원들이 모여있는 시내 모처로 전화를 걸어 『10시에서 11시 사이에 모사무실로 나오라』고 지시하고, 상오 9시20분쯤 이민우 신민당 총재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싸움을 시작하는데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며 1분간 통화했다.
이 총재는 이 전화 통화에서 『적극 지워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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