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세 와찌랄롱꼰 왕세자 왕위 승계…“국왕 자리 대신 못할 것” 국민들 불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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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이 서거함에 따라 1972년 왕세자에 책봉된 마하 와찌랄롱꼰(64·사진)이 왕위를 승계하게 됐다. 국왕 부부의 4남매 중 둘째이자 유일한 아들로 태어난 그는 스무 살 때 공식 후계자가 됐다.

세 번 결혼 파경, 문신 사진 등 논란
축출된 탁신 전 총리와 가까운 사이
최근 국민행사 이끌며 쇄신 노력

76년 호주 캔버라의 왕립국방대학을 졸업했고 78년에는 태국 왕실 육군지휘참모대학을 마쳤다. 이후 태국 육군으로 복무해 92년엔 육군 대장 겸 왕실근위사령관이 됐다. 현재는 육군 장군이며 해군 제독이자 공군 사령관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이력을 지닌 공인된 왕세자임에도 최근까지 그의 지위는 확고하지 못했다.

전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은 푸미폰 국왕과 달리 그의 이미지는 매우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복잡한 사생활 탓이 컸다. 왕세자는 2014년 스리라스미 왕세자비와 이혼하면서 세 번의 결혼 모두 파경을 맞았다. 지극히 자기중심적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라는 외교관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기이한 행동으로 인한 추문도 반복됐다. 2007년엔 왕세자의 애완견 ‘푸푸’의 생일 파티에서 스리라스미 왕세자비가 반라 차림으로 ‘푸푸’와 함께 엎드려 케이크를 먹는 동영상이 유출됐다. 왕세자는 이 애완견을 끔찍하게 아껴 공식 만찬 자리에 ‘푸푸’ 자리를 따로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 7월엔 진위를 놓고 논란이 벌어진 충격적인 사진이 독일 빌트지에 게재됐다. 사진 속에서 왕세자는 문신 가득한 등이 훤히 드러나는 파격적인 옷차림으로 공항 의전을 받고 있다. 당시 태국 경찰은 조작된 사진이라고 주장하며 사진을 최초 공개한 영국인 기자의 가족을 조사했다. 태국에선 왕실을 비난·모욕하는 것이 최대 15년형을 받는 중범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왕세자가 2006년 쿠데타로 축출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와 가까운 것도 그의 왕위 승계를 부담스럽게 만든 요인이었다. 그가 왕위를 물려받을 경우 잦은 쿠데타와 첨예한 정치 대립으로 불안정한 태국에서 또 한 번의 정치적 소용돌이가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푸미폰 국왕의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한 수년 전부터 태국 안팎에선 ‘왕세자 승계 리스크’가 거론됐다.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중심축 역할을 해 준 국왕의 자리를 그가 대신할 수 없을 거라는 국민의 불신이 컸던 것이다. 헌법에 따라 왕세자 다음의 승계 순위를 지니게 된 시린톤 공주가 대안이 돼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기도 했다. 지난 11일 푸미폰 국왕이 위독하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태국 증시가 요동친 것도 차기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러나 푸미폰 국왕 부부는 아들에게 힘을 실어 줬다. 이미지 쇄신을 위한 행사도 열렸다. 지난해 시리킷 왕비의 83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자전거대회를 왕세자가 주도했고, 약 30만 명이 참가했다. 이 같은 왕세자 띄우기 이벤트들은 그의 왕위 계승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고, 태국엔 와찌랄롱꼰 국왕의 시대가 열렸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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