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구축함, 예멘 반군의 미사일 공격에 반군 레이더 초토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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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공격을 받은 예멘 후티 반군 레이더 기지 주변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는 모습 [사진 유튜브 캡처]

예멘 연안 홍해에 주둔 중인 미군 구축함이 13일(현지시간) 후티 반군의 레이더 시설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이 예멘 정부와 시아파 후티 반군의 내전에 군사적으로 개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군의 미사일 공격이 후티 반군 지역에서 날아온 미사일에 대한 반격으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미 해군의 미사일구축함 메이슨은 상륙 수송함 폰세와 함께 일상적인 작전을 수행하던 중 후티 반군이 장악한 알후다이다 남부 지역에서 발사된 순항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9일에도 두 함정은 반군 지역으로부터 두 발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당시 미사일은 미 함정을 빗나갔지만, 미 국방부는 “미 군함을 겨냥한 발포는 위험을 자처하는 일”이라며 엄중 경고했다.

피터 쿡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군의 반격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승인 하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 성명을 통해 “우리 군인과 함선을 보호하고, 주요한 해상 통로 항해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제한적이고 자위적인 공격을 수행했다”며 “미국은 앞으로도 우리 함선과 상업적 운항에 대한 위협에 즉각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연합군을 물밑 지원하면서도, 예멘 내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와의 전투에 주력하며 내전에 깊이 개입하는 것을 피해 왔다. 최근까지도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내전에 직접 개입하지 않은 미국이 진정한 중재자가 될 수 있다”며 예멘 정부군과 반군 양측에 평화조약 체결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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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NYT는 미군의 군사개입으로 예멘 사태는 더욱 복잡한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고 전했다. 영국의 씽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예멘 전문가인 피터 세일즈버리는 미국의 반격이 있기 직전 NYT에 “미국이 개입한다면, 충돌에 가담하는 것이 되고 상황은 심각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예멘에서는 2014년 9월 후티 반군이 수도 사나를 점령하면서 내전이 시작됐다. 에멘의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은 사우디로 피신했으며, 사우디를 비롯한 수니파 국가들이 연합군을 구성해 반군 공격에 나섰다. 예멘 정부군과 후티 반군의 다툼이 수니파 대 시아파의 종파 대립으로 확대된 것이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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