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행, 잇따라 규모 축소. 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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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내에 나와 있는 외국은행들이 지점을 철수하거나 영업규모를 줄이고 업무전환을 꾀하는 추세가 부쩍 늘고 있다.
20일 금융 가에 따르면 미국계 모건 개런티 트러스트은행이 올 연말에 서울지점을 폐쇄하고 사무소로 바꾸기로 해 이미 승인을 얻은 데 이어 같은 미국계인 웰즈파고 은행도 지점을 사무소로 바꾼다는 원칙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티은행은 최근 한국에 대한 투자한도를 24억 달러에서 18억 달러로 축소하고 직원도 줄이고 있으며 프랑스계의 엥도스에즈은행과 파리국립은행(BNP), 미국계의 체이스맨하탄은행(CMB)·케미컬은행 등도 자연감소 인원을 충원치 않는 등의 방법으로 사실상 인원감축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최고 1∼2년 새 머린미들랜드은행이 홍콩상하이은행에, 크로커은행은 미들랜드 은행에 각각 서울지점을 넘긴데 이어 최근 미국계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도 일본계은행에 매각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
이처럼 주한외국은행의 폐쇄나 영업규모 축소가 잇달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최근 국제금융기관들이 영업을 기업대출 등 리테일뱅킹(Retial.banking)에서 외환·지급보증·채권매매 등의 머천트뱅킹(Merchant banking) 쪽으로 바뀌는 추세로 규모. 인원감소가 이뤄지고 있는 데다 더욱이 한국의 국제수지가 혹자로 돌아섬에 따라 돈벌이하기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이 외화조달 자체가 아쉬울 때는 고자세로 돈을 빌려주고 꼬박꼬박 높은 마진을 챙길 수 있었지만 요즘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또 올 들어 상업어음 재 할이나 CD발행 등 이 허용되긴 했지만 이를 사용할 경우 스와프 한도가 축소되거나 중소기업 의무대출이 상향조정되는 등 다른 제한이 부과돼 별 득이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하나는 드러내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는 한국이 국제수지방어를 위해 외화조달의 중요한 창구가 돼 온 외국은행지점에 대한 배려로 그 많은 부실기업 등 이 양산되는 와중에서도 아직 돈 떼인 일이 없지만 그들의 역할이 감소되면서 그 같은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가 어려워져 자칫 떼일 우려가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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