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선 스쿼트 운동하면 지하철 공짜?…비만과의 전쟁에 나선 세계 각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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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교수 제공]

운동을 하면 지하철ㆍ버스를 무료로 탈 수 있다?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가능한 일이다. 멕시코시티에선 지난해 7월부터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 ‘스쿼트 운동’을 10회 실시하면 공짜 승차권이 발급된다. 혜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짜 승차권은 콘돔으로도 바꿀 수 있고, 스쿼트 횟수를 적립해 다음번에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비만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멕시코가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멕시코시티 내 21개 지하철역에 스쿼트 운동기구를 설치해 여기서 운동 횟수를 채우면 승차권을 발급해주는 식이다. 다른 나라에서 찾기 어려운 '아이디어'를 비만 퇴치에 활용한 셈이다.

비만과의 전쟁에 나선 국가는 멕시코 외에도 많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 예방의 날(10월 11일)을 맞아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다양한 해외 비만 예방 사례를 소개했다. 브라질은 'TV'와 '냉장고'라는 두 가지 제목의 비만방지 캠페인 광고를 올해 공개했다. '비만은 당신의 생명을 빼앗아 갈 수 있다' 같은 직설적 표현으로 건강 위험성을 경고한다. 일본은 '건강일본 21'이라는 건강증진사업을 통해 전 국민의 신체활동량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비만 예방을 어릴 적부터 시작하기 위한 정책이 많다. 호주와 미국 등은 학교 정규 과정에 의무적인 체육활동 시간을 넣고 있다. 호주는 모든 초ㆍ중학교에서 체육수업을 2시간씩 필수로 진행한다. 미국도 주마다 학교 체육 프로그램을 구성해 청소년들의 신체활동량을 늘리고 있다. 독일은 청소년의 운동을 독려하기 위해 1950년대부터 ‘스포츠 배지’를 내세우고 있다. 학교마다 운동 수준에 따라 금ㆍ은ㆍ동 3단계로 배지를 획득하는 방식이다. 2010년에는 청소년 4명 중 3명이 스포츠 배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청소년 비만 문제가 심각해 이같은 정책적 노력이 시급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가 1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의 비만율(과체중 포함)은 지난해 기준 15.4%였다. 청소년 6명 중 1명 이상은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상태다. 10년 전인 2005년(12.2%)과 비교하면 약 1.3배 상승한 수치다. 이는 식생활의 서구화와 덜 움직이는 생활습관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청소년(12~18세)의 운동량은 극히 저조하다. 이들 가운데 필요운동량을 실천하는 비율은 14.2%로 7명 중 1명에 불과하다. 미국 청소년의 신체활동 실천율(48.6%)과 비교하면 1/3 수준이다. 복지부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숨이 가쁠 정도인 중강도 이상의 유산소 신체활동을 매일 한 시간 이상 하고, 최소 주 3일 이상 고강도 신체활동 실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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