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빚독촉 하루 두 차례만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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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달 말부터 대부업체를 비롯한 채권추심업체는 채무자에게 하루 두 차례까지만 빚 독촉을 할 수 있게 된다. 대부업체는 150만원 이하를 빌린 소액 채무자의 가전제품 등을 압류해서도 안 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의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행정지도를 시행한다고 10일 밝혔다. 금융위에 등록된 대형 대부업체 710곳을 포함한 모든 금융회사가 적용 대상이다.

채권추심 가이드라인은 2014년 말 행정지도 정비 과정에서 폐지됐지만 이번에 다시 부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많은 금융회사가 건전한 추심 관행을 내규화했지만 아직 개선할 부분이 남아있다”며 “특히 올 7월부터 금융위 등록대상이 된 대부업체에 대한 행정지도가 필요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가이드라인 내용은 전보다 한층 강화됐다. 과거엔 채무독촉 횟수에 대해서는 뚜렷한 제한 규정 없이 각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하루 3회 수준을 지켜왔다. 하지만 하루 3회도 너무 많아서 채무자의 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줄이기로 했다. 앞으로는 전화·e-메일·문자메시지·방문 등으로 채무자에게 접촉하는 행위를 1일 2회 이내로 제한한다.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의 매각·추심을 금지하는 방안도 대부업권으로 확대 적용된다. 금융채권은 금융회사가 추심을 하지 않은 지 5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끝나서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 일부 대부업체는 이러한 채권을 싼값에 사들인 뒤 “1만원만 입금하면 원금의 50%를 감면해주겠다”는 식으로 채무자를 회유했다. 소멸시효가 완성된 이후에 소액이라도 갚으면 채권 효력이 되살아난다는 점을 이용한 경우다. 앞으론 이런 행위가 금지된다.

대부업체가 채무 사실을 가족을 포함한 제 3자에 알리거나, 사전 통지 없이 채무자를 찾아가서 공포감을 일으키는 것도 제한된다. 채무자에게 방문하려면 계획을 전화나 우편 등으로 미리 고지해야 한다. 기존 제도권 금융회사와 마찬가지로 대부업체도 소액(150만원 이하) 채무자나 임대주택거주자, 기초수급자, 고령자(65세 이상)에 대해서는 TV·냉장고 같은 유체동산을 압류할 수 없게 된다. 금융회사는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채권추심회사엔 1년간 채권추심 업무를 위임할 수 없다.

금융위에 등록되지 않은 중소형 대부업체 8042곳은 가이드라인 적용의 직접 대상은 아니다. 금융위는 이들 업체에 대해선 감독권한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협조를 요청해 가이드라인을 준수토록 유도할 방침이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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