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위안화 통화 굴기 첫발, 우리는 잘 대비하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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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1일 중국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정식 편입됐다. SDR은 IMF 회원국들이 외화 부족에 대비해 만든 보조적인 국제 준비자산이다. 비중이 클수록 통화의 위세가 세다고 보면 된다. 위안화(10.92%)는 달러(41.73%)와 유로(30.93%)에 이어 세 번째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 이후 유로의 위상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보면 위안화가 사실상 세계 2위 통화 자리를 차지했다고 봐야 한다. 중국의 통화 굴기가 마침내 시작된 것이다.

물론 아직은 위안화의 힘이 달러와 견줄 수는 없다. 올해 7월 기준 위안화의 국제결제 비중은 1.9%로 달러화(41.3%)의 20분의 1 수준이다. 위안화가 세력을 늘려가기는 하겠지만 속도가 빠를 것 같지는 않다. 모건스탠리 등 국제 투자은행들은 각국 중앙은행이 위안화 외환보유액을 현재 1%에서 5년 후 5%까지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이 2020년까지 위안화가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15~20%를 차지할 것으로 자신한 것과는 크게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위안화 굴기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위안화 굴기는 우리에겐 ‘양날의 칼’이다. 위안화 결제가 확대되면 무역 거래 비용이 줄고 중국 서비스 수출 증가 등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달러 의존도 낮출 수 있다. 반면 위안화와 원화의 동조가 심화돼 중국 경제가 불안해지면 국내 경제가 직격탄을 맞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길게 보면 국제 금융 질서의 대변혁에도 대비해야 한다.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에 속도를 낼 경우 필연코 달러 패권과 맞서게 된다. 미·중 간 통화 갈등이 커질 수 있다. 금융 당국과 기업들은 위안화 굴기의 파급 효과를 면밀히 따져 시나리오별 대응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계획을 잘 짜는 것 못지않게 실천이 중요하다. 이럴 때를 대비하자며 말만 앞세웠던 위안화 허브 경쟁은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크게 뒤처져 있다. 위안화 국제화에 맞춰 원화 국제화를 서두르자는 구호도 귀에 못이 박일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