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단식 만류에도 이정현 “지금 그만둘 순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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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청와대 김재원 정무수석이 30일 오후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을 방문했다. 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이정현 대표의 단식을 만류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40분간의 면담 후 김 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많이 걱정하시니 단식을 그만둘 것을 요청했으나 이 대표는 ‘지금 (단식을) 그만둘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전했다.

김재원 수석, 박지원·우상호와 접촉
오늘 국군의날 정세균·3당 한자리
정, 3일 출국 전에 돌파구 열 수도

#2.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정 의장이 안경을 낀 채 자장면을 먹는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엔 “응원 댓글 보려고 할배 안경까지 착용한 균블리(정세균+러블리, 정 의장의 애칭) 많은 분의 응원 감사합니다!”란 문구가 붙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 대표가 단식하는 걸 조롱하냐”고 격분했다. 정 의장 측은 “오늘 찍은 사진이 아니고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게시물을 삭제했다.

여야는 꽉 막힌 정국의 출구를 이날도 찾지 못했다.

김 수석은 이날 저녁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만났다. 박 위원장은 회동 뒤 페이스북에 “국회 정상화를 위해 여당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적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 수석은 5분여 통화했다.

우 원내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김 수석이 ‘잘해봅시다’고 해 ‘같이 풀어보자’고 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 원내대표는 “여당이 다음주엔 어차피 국감에 복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정국을 풀었다는 모양새를 만들기 위한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라며 “이 대표의 단식부터 풀어야 다음 상황으로 진전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정 의장은 국회로 출근하지 않고 외부에 머물렀다. 여당의 사과 요구는 수용할 생각이 없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대치정국은 이번 주말을 고비로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당장 정 의장은 3일 외국 출장이 예정돼 있다. 새누리당도 대치정국이 길어지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여야 3당 대표가 만나 의장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방안을 논의하자”며 대화를 제안했다. 친박계 김태흠 의원도 “(정 의장이)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에 대한 약속이 이뤄지면 문제가 풀릴 수 있다”며 사퇴 요구에서 수위를 낮췄다.

1일 국군의 날 행사에서 정 의장과 3당 지도부는 조우한다.

박유미·이지상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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