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근로자만 받겠다던 일본, 단순 근로분야 외국인에도 문호 개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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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단순 근로 분야에서 사실상 외국인에게 문호를 개방한다.

일본 정부는 27일 ‘근로방식 개혁 실현회의’를 처음으로 열고 노인 요양과 육아, 건설 등 인력 부족 분야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이기 위해 법을 정비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전했다. 이 계획은 일본의 생산연령 인구(15~64세)가 2013년 8000만 명을 밑돈 뒤 현재는 7700만 명으로 줄어 요양 등 잠재적 수요가 많은 분야의 인력 부족이 심각한데 따른 것이다. 일본의 유효구인배율은 1990년대 초반 이래 높은 수준으로 건설과 요양 분야는 세 배를 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인력 부족 분야를 별도로 정한 뒤 대상 국가와 양자 협정을 체결할 방침이다. 정부간 협정은 민간 브로커가 현행 실습제도에 개입해 외국인의 불법 취업 사례가 많기 때문에 도입된다. 일본 정부는 새 제도와 더불어 기존의 실습제도의 축소도 검토하고 있다. 또 일본 국내 노동시장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 국가별, 근로 분야별로 수용자 수를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해나가기로 했다. 외국인 취업 상황을 곧바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해 온라인에 의한 체류자격 심사 자격을 도입하는 방안도 논의한다.

일본 국내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수용에 대해 집권 자민당과 노동계의 반발이 강하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외국인 근로자 수용 문제를 논의해왔지만 국내 시장이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와 치안 등 문제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외국인 수용 분야와 대상 국가를 신중하게 고를 방침이다.

현재 일본의 외국인 수용은 연구자와 경영자 등 고급 전문 인력과 일본 내 기능실습 제도를 통한 실습생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고급 인력은 2015년 말 4300명으로 2013년에 비해 5배 가량 늘었지만 언어 장벽과 연공서열 인사제도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요양ㆍ간호 분야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 개방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일본은 이민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확고한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올 6월 말 현재 일본 국내 체류 외국인은 지난해 말에 비해 3% 늘어난 230만7300여 명이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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