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억원 윔블던급 경기장 만들어 중국, 우한 오픈 개막 ‘테니스 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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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 투어 우한 오픈이 개막했다. 올해 3회째인 신생 대회인데다 테니스의 변방인 아시아에서 열리는 터라 우한 오픈은 세계 언론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다. 그러나 CNN은 중국이 우한 오픈을 통해 ‘테니스 굴기(堀起)’를 하고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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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에 따르면 우한 오픈은 규모 및 참가 선수 면에서 전통의 4대 메이저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에 꿀리지 않는다. 우한시는 2014년 창설 이후 대회에 15억 위안(약 25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완공된 코트는 1만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경기장(사진)이다. 규모 면에선 윔블던 센터코트에 필적하면서 호주오픈 경기장의 개폐식 지붕을 본 뜬 메이저급이다. 부상을 이유로 갑작스레 출전을 포기한 세리나 윌리엄스(세계 2위)를 제외한 세계 랭킹 톱10 선수들이 전부 참가했다. 총상금은 240만 달러(27억원)에 이른다.

총상금 27억…여자 톱10 중 9명 참가
동양인 첫 메이저 우승 리나의 고향

우한이 중국의 테니스 중심지가 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우한은 동양인 최초로 프랑스오픈(2010년)과 호주오픈(2014년)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선수 리나(李娜)의 고향이다. 우승 이후 리나는 중국의 스포츠 영웅이 됐다.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해엔 마리아 샤라포바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입을 올린 여성 스포츠 스타가 됐다.

국제테니스연맹에 따르면 중국 테니스 선수는 약 1500만명에 달한다. CNN은 미국에서 1년에 10번 이상 테니스를 치는 생활 테니스 인구가 1000만 명 가량이라고 전했다. 우한 오픈 조직위원회 이사인 파브리스 슈케는 “리나는 중국 테니스의 새 시대를 열었다”며 “테니스가 중국의 국가 스포츠인 탁구나 배드민턴 같은 반열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우한 오픈 홍보대사인 리나는 마르티나 힝기스 등 동료 선수들을 동원해 대회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테니스 굴기’와는 별도로 우한시는 대회를 도시 마케팅에도 활용 중이다. 중국의 5대 도시인 우한은 자동차·중공업이 발달해 중부 지역의 경제를 이끌고 있는 산업도시다. 경제력에 걸맞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베이징·상하이에 맞먹는 도시의 위상을 세우겠다는 의지다. 대회 첫 해인 2014년 7만 5000명이, 지난해엔 12만 명의 테니스 팬이 우한을 찾았다. 시 당국은 다음달 1일까지 이어지는 올 대회기간 중엔 13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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