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 시위 성역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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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사전신고 없이 명동성당에서 집회를 개최한 혐의로 기소된 노조간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지법 형사1단독 노재관(魯在寬)부장판사는 지난 16일 지난해 9~11월 전국보건의료노조 소속 노조원들과 함께 서울 명동성당에서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강남성모병원 한용문(43)노조지부장에게 징역 10개월에 벌금 1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통상 불구속 기소돼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단순 집시법 위반자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법원이 불법점거 시위를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합법적인 집회.시위는 보장돼야 하지만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대해 엄격한 법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 많은 민주시민이 독재정권에 항거하며 쟁취하려 했던 민주적 법질서는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노조 측의 불법집회로 미사가 장기간 방해받는 등 성당측이 피해를 본 점이 인정된다"며 "韓씨는 이미 파업으로 인한 업무방해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성당 측에서 여러차례 퇴거를 요청했음에도 韓씨가 성당 구내에 머물며 3개월 넘게 불법집회를 주도했기에 실형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강문대 변호사는 "돌출적인 시위가 아니라 파업 과정에서 일어난 집회에 대해 법원이 실형을 선고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韓씨는 파업장소였던 강남성모병원에 경찰력이 투입된 것을 규탄하는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 5월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명동성당 측은 소식지 등을 통해 "성스러운 병원의 기능을 잃게 한 불법파업"이라고 비판하면서 농성을 풀고 나가줄 것을 여러 차례 노조 측에 요구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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