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람·걷기·자전거·대중교통 친화적으로 탈바꿈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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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킹 영국 기후변화 특사가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서울시 교통 문제를 얘기하고 있다. [사진 김경록 기자]

영국 정부의 기후변화 특사로 활동 중인 데이비드 킹(77)은 “서울에는 차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케임브리지대 교수(화학 전공) 출신으로 기후변화 문제 전문가인 그는 지난 1일부터 이틀간 열린 ‘2016 기후변화 대응 세계도시 시장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데이비드 킹 영국 기후변화 특사
“서울엔 자동차가 너무 많다” 지적

지난달 31일 주한영국대사관에서 만난 그는 “서울은 사람, 걷기, 자전거, 대중교통에 친화적인 도시로 탈바꿈해야 한다. 차로 인해 사람들이 걸어다니기 힘든 도시는 정상적인 도시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킹 특사는 “주요 도시들은 도시계획의 중심에 차량 운행의 편의를 최우선 순위로 놓았지만 그 결과는 공해의 증가와 교통체증이라는 또 다른 비효율을 낳았다. 차량 줄이기가 기후변화 대책 중에서 가장 우선적인 일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킹 특사는 다른 도시의 친환경 정책을 소개했다. “영국 런던은 도심 진입 차량에 대당 11.5파운드(한화 약 1만7000원)의 혼잡통행료를 부과해 교통체증 해소는 물론 대기질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콜롬비아 보고타는 도심으로 진입하는 다섯 개 차로 중 한 개 차로만 승용차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는 버스, 자전거, 보행자의 길로 만들었습니다.”

킹 특사는 한국 정부의 기후변화 방지 노력에 대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현재 수준의 기업활동’을 전제로 한 탄소 저감 목표를 내놓았지만 이는 영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준에는 한참 못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 꼭 경제적으로 부정적이지 만은 않다”고 역설했다. 화석연료 사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질병 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친환경 에너지 관련 산업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든다고 주장했다.

글=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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