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살 코빈, 열차 바닥에 앉은 동영상 공개했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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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있는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의 사진이 24일 주요 언론의 1면을 장식했다. 열차 안 모습이었다. 거기엔 ‘1등석 위선자’‘부정직’‘탈선’ 등의 제목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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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트위터 캡처]

자초지종은 이랬다. 코빈은 지난 11일 런던에서 잉글랜드 북단의 뉴캐슬로 가면서 열차를 이용했다. 이후 그가 열차 바닥에 쪼그리고 앉은 모습의 동영상이 공개됐다. 여기에서 코빈은 "많은 승객들이 매일 겪는 문제를 나도 겪고 있다. 오늘 열차가 만석이라 앉을 자리를 발견할 수 없었다. 게다가 비싸다. 보통 사람들은 이러고 다닌다"고 주장했다. 그리곤 철도를 국유화해서 열차편을 늘리겠다는 공약을 했다.

열차 회사는 영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리처드 브랜슨 경이 소유한 버진 기업이었다. 버진은 이후 당시 폐쇄회로(CC)TV 화면을 공개했다. 빈 자리가 있는데도 코빈이 스쳐 지나가는 모습이 담겼다. 좌석에 앉아있는 사진도 있었다. 동영상을 촬영한 후였다. 버진 측은 "빈 자리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코빈의 주장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코빈은 승무원의 안내로 빈자리에 앉아서 두 시간 여 여정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기사 제목들이 대체로 비판적인 까닭이다. 데일리텔레그래프는 "정직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기존 정치인과 다르다는 코빈 대표의 이미지에도 흠집 나게 됐다"고 썼다.

코빈 측은 이에 대해 "동행한 부인과 함께 앉을 자리가 없었던 건 사실"이라며 "한 부부가 1등석으로 업그레이드한 덕분에 생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당 대표를 두고 코빈과 오웬 스미스 의원은 23일 "테리사 메이 총리가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최종 합의를 국민투표나 총선에 부쳐 민의를 묻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는 한, (EU 탈퇴를 규정한) 리스본조약 50조의 발동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노동당은 여전히 영국이 EU의 일원이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코빈은 “국민투표 직후 50조를 즉각 발동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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