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주 연일 최고가…‘박스피’ 탈출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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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삼성전자가 10년째 잠자고 있는 ‘박스피(코스피가 일정 주가대에 머무른 것)’를 깨울 수 있을까.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새로 쓰는 가운데 코스피지수도 오름세다.

1800~2100 등락 반복하던 코스피
상승세 이어지며 낙관적 전망 나와
시가총액·배당수익 증가 등 이어져
“내년 4월 이후 2200 돌파 가능성도”

코스피지수는 지난 2007년 2000포인트를 돌파한 뒤 꾸준히 일정 폭(1800~2100포인트) 안에서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가(167만5000원)를 갈아치운 지난 1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77포인트(0.04%) 오른 2056.24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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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삼성전자가 코스피지수를 견인할 것이라는 낙관론에 힘을 싣는다. 이미 주가가 박스피 1차 상단으로 일컬어지는 2050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21일 “통계적으로 삼성전자와 같은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먼저 신고가를 경신하고 나면,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 지수도 박스권을 상향 돌파한다”면서 “미국 재무부가 환율보고서를 발표하는 올해 10월까지는 코스피가 2080∼2133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 본부장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신고가 경신 외에도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 최대치 경신, ▶연기금의 투자비중 확대, ▶저금리에 따른 배당수익률 증가, ▶자사주 매입 소각에 따른 주주 가치 상승 등이 박스권을 벗어나는 선행 징조가 된다.

지 본부장은 “우정사업본부 차익거래에 대한 증권거래세가 면제되는 내년 4월을 기점으로는 코스피가 2200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차익거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내년 4월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 우정사업본부의 증권거래세(0.3%)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선물과 현물의 가격차이를 활용해 이익을 얻는 차익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세계적으로 신흥국 증시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도 코스피의 추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근거다. 한국 증시는 지난 3~4년간 신흥국 증시와 비슷한 흐름을 보여왔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유가가 급락할 때를 제외하고 코스피는 늘 신흥국 주가지수와 같이 움직였다”면서 “코스피의 박스권은 한국 경제성장률의 부진이나 국내 투자자들의 거래 습관 때문이 아니라 신흥국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올 초부터 지난 8월 12일까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기준 신흥국 주가지수는 14.6%, 코스피는 4.5% 상승했다. 김 연구원은 “신흥국의 통화가치 회복, 원자재 가격 안정,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옮겨가는 글로벌 정책공조 등에 미루어 볼 때 신흥국 증시의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면서 “이번에는 코스피가 박스권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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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떤 종목이 크게 오를까. 올 여름 상승세는 대형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종목 가운데 시가총액이 상위군에 속하고 거래량이 많은 200종목을 선정해 만든 코스피200지수의 7~8월 흐름을 분석한 결과 코스피지수보다 상승폭이 컸다. 지 본부장은 “코스피 200지수가 코스피보다 강한 흐름을 보이는 만큼 대형주 강세는 내년 초까지 심화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삼성그룹을 비롯한 코스피 상장 10대 그룹의 시가총액은 이달 들어서만 30조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올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을 두고 신중론이 있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26일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연설을 앞두고 관망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당분간 대형가치주, 경기민감주 중심 거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업종별 순환매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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