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김연경 "김치찌개 회식 사실, 이번 대회 경기에만 몰두할 여건 안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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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 여자배구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환호하는 김연경 선수.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여자배구의 간판스타 김연경(28·페네르바체)이 리우 올림픽에서 "경기에만 몰두할 여건은 아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2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그는 '경기 외 부수적인 일들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질문에 "좀더 경기력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셨으면 좋았을텐데… (그렇지 않아)아쉬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연경은 이번 대회에서 혼자서 세 가지 역할을 맡았다. 경기에선 팀의 에이스로서 공격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고, 경기장 밖에선 주장으로서 동료 선수들을 세심하게 챙겼다.

뿐만 아니라 통역까지 맡았다. 팀내에서 영어를 할 수 있는 이가 김연경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여자 배구팀은 열악한 여건 속에서 이번 올림픽을 치러냈다. 감독과 코치, 트레이너, 전력분석원 만이 선수들과 동행했으며, 배구협회 직원은 AD카드가 없다는 이유로 한 명도 리우에 가지 않았다.

그래서 일각에선 협회가 선수단 지원에 너무 소홀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온라인 상에선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딴 선수들이 김치찌개를 먹으며 회식하는 사진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통산 두번째이자, 20년 만의 금메달을 획득한 국가대표팀의 뒤풀이 식단으로는 너무 초라했다는 공분이 일었다.

이에 대해 김연경은 "당시 김치찌개로 회식한 건 맞다"며 "이후 내가 돈을 내서 동료들과 더 좋은 식사를 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연경은 이번 대회의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서 패한 뒤 라커룸에서 동료 선수들과 펑펑 울었다. 눈물을 다 쏟고 나니 속이 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표팀 전력이 향상되기 위해선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아져야 한다"며 "유럽 선수들과 경쟁하면 국제 경쟁력이 좋아지고, 올림픽 같은 큰 대회에서의 성적도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대해선 "그 때에도 대표팀으로 뽑힐진 잘 모르겠다"며 "현재 상황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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