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파원J] 벗어던진 신발, 불운에 운 전 동메달 리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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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파원J입니다.

13일(현지시간) 육상경기가 열린 리우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안타까운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이날 열린 여자 장애물 3000m 예선전에는 17명의 선수가 달렸습니다. 그런데 경기 도중 두 명의 선수가 엉켜 넘어졌습니다. 그 중 한 선수가 쓰러지며 앞에 있던 에티오피아 선수 에테네쉬 디로의 오른발 뒤꿈치를 쳤습니다. 디로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같은 종목 5위를 기록했고 최근 각종 국제대회에서 수상하며 이번 올림픽 메달 기대주로 손꼽혔습니다.

디로는 충돌 후에도 넘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신발 뒷부분이 살짝 벗겨져 레이스를 멈췄습니다. 디로는 주춤 거리며 손가락을 밀어넣어 신발을 제대로 신으려고 했습니다. 페이스가 무너졌지만 다시 달릴 수 있는 상황이었죠.

근데 그게 그렇게 쉽지 않았습니다. 한번, 두번. 결국 디로는 오른 신발을 아예 벗어버렸습니다. 그리고 한 걸음 달려 나가다가 오른 양말까지 벗었습니다. 왼쪽은 신발을 신은 채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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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도중 신발이 벗겨진 에티오피아의 에테네쉬 디로는 신발에 발이 안 들어가자 신발을 던지고 맨발로 레이스를 이어갔다.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선두그룹에 있던 디로는 뒤로 쳐졌습니다. 하얀 발이 까만 피부와 대조를 이루며 뜨거운 햇살에 달궈진 트랙을 달렸습니다. 그 발로 물 웅덩이를 지났고 허들을 넘었습니다.

안타까움에 관중들은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디로의 최종 성적은 7위(9분34초70)였습니다. 결선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자신의 최고 기록과는 20초 넘게 차이가 났습니다. 디로는 바닥에 주저 앉아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쏟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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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레이스를 마친 디로는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함께 경쟁하며 뛰었던 선수들이 그녀를 찾아와 다독였습니다. 관중들은 계속해서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게 디로를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습니다.

◇리우 취재팀=윤호진ㆍ박린ㆍ김지한ㆍ김원 중앙일보 기자, 피주영 일간스포츠 기자, 이지연 JTBC골프 기자, 김기연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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