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변호사협회(ABA)가 법정에서 차별·희롱 발언과 행동을 금지하는 윤리 규정을 마련했다. 뉴욕타임스(NYT)는 ABA가 인종·종교·성별·장애 등을 드러내는 발언과 행동을 직업 윤리 위반으로 적시하고 이를 어길 시 벌금·직무정지 등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윤리규정 개정안은 8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BA 연차 총회에서 통과됐다. 현재 20여 개 주에 유사한 규정이 있지만 전국 단위로 공식 방안이 통과된 건 처음이다.
미국변호사협회 윤리 규정 마련
‘꼬마 숙녀’ ‘애기’ 부적절 호칭 많아
ABA의 윤리 규정 개정은 법정에서 성 차별적 발언이 계속되고 있다는 여성 변호사들의 항의에 따른 것이다. 실제 NYT가 여성 변호사들에게 법정에서의 개인적 경험을 질문한 페이스북 포스팅엔 100건 넘는 답글이 달렸다. “판사가 부르더니 대체 어떻게 결혼했냐고 묻더라” “ ‘자기(babe 또는 darling)’ ‘꼬마 숙녀(little lady)’라고 불린 적이 있다” “‘애기(sweetie)’라고 불린 적이 너무 많아 셀 수도 없다”는 경험담이 쏟아졌다.
개정안은 ‘상대방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드러내는 유해한 언어적·신체적 행위’ 를 문제적 행동으로 규정하는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규제 대상이 광범위해 자유로운 발언을 막고, 적극적인 변론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ABA의 직업·윤리 책무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애리조나주의 변호사 마일스 링크는 “이 같은 규제를 이미 받아들이고 있는 사회를 따라가야 한다”며 개정안 마련 취지를 설명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