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퍼트감 높이기 위해 올림픽에서 테이핑 없이 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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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에 테이핑을 하고 올림픽 전초전을 치른 박인비(28·KB금융그룹) [사진 KLPGA 제공]

올림픽 전초전을 끝낸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리우행 채비를 마쳤다.

박인비는 지난 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6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2라운드 후 첫 부상 복귀전을 치렀다. 4오버파 컷 탈락으로 성적표는 좋지 않았다. 컷 탈락으로 실전 라운드를 한 번 더 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대신 박인비는 남편이자 스윙코치인 남기협 씨와 함께 제주에 있는 다른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복귀전의 최대 성과는 통증에 대한 불안 해소다. 부상 부위인 왼손 엄지 부분에 테이핑을 하고 라운드를 치렀지만 특별한 통증은 없었다. 박인비는 “2라운드 동안 큰 부상 없이 통증 없이 마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샷이 날카롭지 않았지만 좋은 샷과 퍼트가 종종 나왔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서 샷 점검에만 집중했다. 좋은 경기를 펼치기 위해선 샷감 회복이 최우선 과제였다. 박인비는 페어웨이 적중률 60.70%, 그린 적중률 52.78%을 기록했다. 드라이브샷 거리는 227야드로 자신의 시즌 평균보다 23야드나 적게 나왔다. 통증에 대한 걱정으로 스윙 아크가 줄었고, 100% 힘으로 스윙을 하지도 못한 탓에 거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퍼트였다. 박인비의 평균 퍼트 수는 29.5개였다. ‘컴퓨터 퍼트’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연습을 많이 하지 않았던 것에 비해 퍼트 스트로크는 괜찮았다고 한다. 박인비는 “퍼팅 스트로크는 원하는 대로 됐다. 문제는 거리감”이라고 진단했다.

1m 안팎의 짧은 퍼트를 3개나 놓친 건 아쉬운 대목이다. 테이핑을 하고 퍼트를 했던 게 어색했던 게 사실이다. 퍼트감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박인비는 올림픽에서는 테이핑 없이 플레이를 할 전망이다. 박인비는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개막 하루 전 테이핑을 하지 않고 연습을 하기도 했다. 리우 올림픽에 함께 가는 박인비의 어머니는 “퍼트는 감각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테이핑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세계에서 가장 퍼트를 잘 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세계랭킹 1위 등극과 메이저 3연승,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도 예리한 퍼트가 밑바탕이 됐다. 본격적으로 연습을 한다면 퍼트감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박인비는 “퍼트가 안 된다고 해서 크게 실망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는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 출전을 결정하고 올림픽 실전 점검까지 마친 박인비. 올림픽을 향한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이제 몸 상태와 태극마크의 무게감 등 모든 것을 자신이 짊어지겠다는 박인비는 “금메달을 따면 정말 좋겠다. 부끄럽지 않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박인비는 8~10일 재활과 훈련을 병행한 뒤 11일 남편, 어머니와 함께 브라질로 떠난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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