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중국 사드 보복성 조치에 "예단 않고 원만히 극복 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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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5일 중국이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성으로 읽히는 조치를 하는 데 대해 “너무 예단하는 일 없이, 한·중관계의 큰 틀에서 이를 원만히 극복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출입기자단 간담회서 “일련의 조치들 주시하고 있다”
“北 이용호, ARF 계기 양자방문 제의 전부 거절당해”
“하반기 북한의 고립탈피 노력 이어질 것” 전망

윤 장관은 이날 외교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중국의 보복 가능성과 향후 대중전략에 대한 질문에 “최근 중국 언론 매체의 반응이나 여러가지 일련의 조치들을 정부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윤 장관은 “중국 측에 앞으로도 분명하고 당당하게 우리 생각을 설명해 나가겠다”며 “한·중관계를 비롯해 관계에서 어려움이나 도전이 있을 때 그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하며 스냅샷(snapshot)을 보기보다는 흐름(flow)이란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있을 여러 다양한 계기를 통해 계속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분명히 밝히고 또 중국 측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계속될 것”이라면서다.

윤 장관은 지난달 26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의 뒷이야기도 전했다. 27개국이 회원국인 당시 회의엔 이용호 북한 외무상도 참석했다.

회의 결과물로 채택한 의장성명엔 “장관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 북한의 1월6일 핵실험, 2월7일 로켓 발사, 7월9일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포함한 한반도의 현상황 전개에 우려(concern)를 공유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윤 장관은 “당시 회의에서 역대 가장 많은 20여개국 장관들이 북핵 문제를 거론했고, 의장성명에도 (북핵 위협과 관련해)과거보다 개선된 강력한 내용이 들어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용호가 참석해서 나름대로 북한 입장을 펼쳤지만, 전혀 반영이 되지 않았다”며 “이례적으로 며칠 더 남아 의장성명 내용을 번복하려 노력했지만 무산됐고, 북한이 얼마나 고립됐는지 절실히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용호가 관례에 따라 ARF 전후에 아세안 국가들을 양자방문하려 했는데, 모두 거부해 단 하나도 성사되지 않았다. 국제사회가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이행 동향도 소개했다. 윤 장관은 “북한의 외화수입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대중수출이 4~6월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석탄 수출액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간다의 대북 협력 중단 사례가 북한과 교류중인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로도 확산되고 있다”고도 말했다.

윤 장관은 “해운 분야에서는 안보리 결의 2270호 제제대상인 원양해운관리회사(OMM) 소속 선박 27척 말고도, 제재대상이 아닌 북한의 편의치적 선박 69척의 등록이 취소됐다. 몽골이 14척의 편의치적 선박 등록을 취소한 것으로 보도됐고, 몽골 이외에도 대북 제재 취지에 공감한 국가들이 같은 조치를 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올 하반기에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한 북한의 노력이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보일 것”이라며 “이를 주시하고 있으며, 북한과 관련된 도전이 크지만 우방국들과 공조하고 국내적으로도 단합해 헤쳐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북제재 효과와 관련,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몸이 아프면 증세가 나타나는데, 탈북자 수가 상반기에 늘어난 것도 그렇고 과거와 달리 탈북자들의 성분이 중산층 내지 그 이상으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자꾸 늘어난다”며 “이들이 들어와서 이야기하는 상황을 들어보면, 우리가 취하는 정책이나 방향이 실제 작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증거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밝힐 수 없는 민감한 일들이 과거에 비해 많이 들려오고 있다. 북한 체제가 과거보다 점점 내부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세들”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중국이 사드에 대한 반발성 조치로 대북제재를 느슨하게 이행할 우려에 대해 “앞으로 추가로 제재에 구멍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타날 수 있고, 외교당국도 유심히 보면서 태도를 분석할 것”이라며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해하기로는 북한의 외화수입원이 거의 모든 부분에서 상당한 정도로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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