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은 내가 차렸는데"…올림픽 신데렐라? 씁쓸한 호세프 대통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탄핵절차 개시로 직무가 정지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중앙포토]

“나는 신데렐라다.”
지우마 호세프(68) 브라질 대통령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유한 얘기다.

탄핵 절차 개시로 직무가 정지된 호세프는 3일(현지시간) 스페인 일간 엘문도와의 인터뷰에서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이 신데렐라를 파티에 초대했지만 잿더미에 살고 있는 신데렐라는 빨리 자리를 떠야 한다”고 했다.

자신과 전임 대통령 루이스 이냐시우 룰라 디 시우바가 함께 올림픽을 유치하고 준비했지만 개막식에서 조명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술회다. 호세프는 테메르를 “개막식의 침입자” “정권을 강탈한 반역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호세프는 5일 열리는 올림픽 개막식에 초대받았지만 자리 배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브라질 정부 대변인은 호세프가 테메르의 옆자리가 아닌 아래쪽 자리에 앚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룰라 전 대통령도 개막식 참석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호세프는 ”당신이 파티를 열고 전구를 달며 모든 준비를 했는데 누군가 불쑥 나타나 자리를 가로챘다고 생각하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지난 5월 12일부터 직무 정지 상태에 들어간 호세프는 대통령궁 집무실에 있는 짐을 뺀 뒤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다.

호세프는 탄핵 가결을 막기 위해 상원의원들에게 “대통령직에 복귀하면 조기총선을 하겠다”고 서한을 보내며 막판 설득에 나섰지만 이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브라질 상원 탄핵위원회는 4일(현지시간) 표결을 통해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을 상원 전체 회의에서 탄핵하도록 권고했다.

위원회의 권고는 구속력이 없지만 호세프 대통령에게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 열릴 예정인 상원 최종 표결에서 전체 의원 81명 가운데 3분의 2인 54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안은 가결된다.

호세프 대통령이 퇴출당하면 2018년 말까지 남은 임기는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이 채운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