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 저금리 대출해준다…103명 속인 보이스피싱 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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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대출을 해준다'고 속여 금품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2일 사기 혐의로 보이스피싱 국내 총책 A씨(33)와 대포통장 관리책 B씨(32) 등 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에게 통장을 건넨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C씨(46·여) 등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D씨(42·여) 등 피해자 103명으로부터 송금받은 2억650만원을 인출,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C씨 등 16명은 A씨 등에게 월 150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포통장과 체크카드를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등은 신용등급이 낮아 금융기관에서 정상적으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이들을 노렸다. 중국에 있는 조직이 저축은행 등을 사칭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서민대출을 저금리로 받게해주겠다. 대출 자격을 갖추려면 정부에서 발행하는 채권을 구입하고 보험에 가입해야한다"며 피해자들을 속였다.

이에 속은 사람들이 채권 구입과 보험 가입비용으로 500만~700만원을 대포통장으로 보내면 A씨 등이 이를 찾아 15%를 수수료로 챙기고 나머지는 중국으로 보냈다.

C씨 등 통장을 넘긴 이들은 무역회사 직원을 사칭한 이들이 "세금을 줄이기 위해 타인 명의의 체크카드가 필요한데 빌려주면 150만원을 주겠다"는 말에 속아 자신의 체크카드와 통장을 퀵서비스로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 무작위로 걸어온 전화였음에도 급전이 필요해 통장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대가는 받지 못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햇살론이나 미소금융 등 서민대출은 전화로 절대 권유하지 않는다"면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거나 대출해주겠다고 하면 보이스피싱을 우선 의심해봐야 한다"며 "타인에게 체크카드나 통장 등을 넘기는 것은 불법인 만큼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고양=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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